▲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파리바게뜨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올해 1월 진통 끝에 자회사 직접고용은 됐지만 제빵노동자 처지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새로운 자회사에 낡은 협력업체 규정을 적용한 탓에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온다. 제빵기사와 함께 자회사로 넘어온 옛 협력업체 현장관리자(BMC)가 제빵기사 매장 배치부터 진급까지 쥐고 흔드는데 이를 견제할 만한 마땅한 장치가 없다.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지회장 임종린)는 “회사의 시간끌기로 단체협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공정한 인사·승진제도나 제빵기사 인권침해 보호장치를 만드는 작업이 미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회사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유로 교섭을 회피한다는 주장이다. 3일 <매일노동뉴스>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몸담고 있는 PB파트너즈 노동실태를 살펴봤다.

[글 싣는 순서]
① 파리바게뜨 브라더 문화를 아시나요?
② 빵이 마음에 안 들어도, 매장 시설 파손돼도 “제빵기사가 물어내라”


'브라더 문화' 만든 성차별적 진급
"진급하려면 관리자 눈에 들어야"


“남자가 언제까지 빵만 만들고 있을 거야. 나 믿고 따르면 BMC로 진급할 수 있어. 내가 그동안 BMC 많이 만들었어. 남자가 진급 욕심도 있어야지."

1년6개월차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최혁중(가명)씨는 올해 3월 자신이 일하는 매장을 찾아온 관리자로부터 "미래를 생각해야지 언제까지 노조하면서 이렇게 살 거냐"며 "누구를 따라야 할지 잘 생각해 봐라"는 말을 들었다.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 가입한 최혁중씨에게 노골적으로 노조 탈퇴를 권하는 메시지였다. 이 관리자는 진급을 내세우며 '남자'와 '의리'를 강조했다.

임종린 지회장은 “제빵기사 진급에 공정한 기준 없이 관리자가 좌지우지하다 보니 부당노동행위는 물론 남녀 차별까지 뒤섞여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임 지회장은 이런 직장분위기를 "브라더 문화"라고 불렀다. 남성 위주의 관리자들이 노조 조합원이면서 여성인 제빵기사들을 이중 삼중으로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650여명이 소속된 서울○○사업부는 BMC 10명 중 여성은 단 1명이다. 반면 제빵기사는 70% 이상이 여성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기사-지원기사-교육지원기사(조장)-BMC(주임대행·주임)' 순으로 진급한다. 임 지회장은 “회사가 분기별로 품질평가테스트를 하고 품성이나 인성을 종합해 진급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급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해도 묵묵부답”이라며 “확실한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경력이 짧아도 진급이 훨씬 빠르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력업체 소속에서 PB파트너스 소속으로 전환된 뒤 조합원들은 진급에서 누락하는 반면 회사에 협조적인 비조합원은 경력이 부족해도 진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둘째도 낳을 거야? 또 임신하면 퇴사야"
임산부 연장근로 위반 피하려 무급휴직 요구


얼마 전 입사 5년차 제빵기사 김수정(가명)씨에게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기다리던 임신소식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회사에 임신 사실을 전하자마자 눈물을 흘려야 했다. 회사 관리자가 "법적으로 임산부에게 연장근로를 시킬 수 없으니 무급휴직을 선택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와 하루 9시간 근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포괄임금제 계약을 체결한다. 1시간 연장근로를 반드시 해야 하는 근무체계다. 근로기준법(74조)은 임신 중 여성 근로자에게 시간외근로를 금지한다. 임신 근로자가 원하면 쉬운 종류의 근로로 전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 관리자는 김씨에게 “임산부는 8시간으로 단축근무를 해야 하는데 어떤 점주가 좋아하겠냐”며 “우리 회사와 단축근무는 맞지 않으니 휴직을 하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임신 2개월부터 무급으로 쉬라는 것은 김씨에게 사실상 일을 그만두라는 제안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김씨는 관리자로부터 “둘째도 낳을 거냐” “또 임신하면 퇴사해야 한다”는 폭언을 들었다.

임신 중에도 일을 하고 싶었던 김씨는 한 매장에서 제빵기사가 둘 이상 일하는 ‘복수파견근무’를 지원했지만 회사 관리자는 “임산부 돈 벌게 해 주자고 (복수파견근무제를) 시행하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PB파트너즈 직원이 되면 본사와 복지혜택을 똑같이 해 주겠다고 약속하더니 임신을 이유로 휴직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결국 지회가 나서면서 김씨는 임신 중에도 일할 수 있게 됐다. 지회는 “김수정씨만의 사례는 아니다”며 “젊은 가임기 여성이 80%에 육박하는 회사에서 임산부 단축근무를 고려하기는커녕 연장근로 금지 조항을 이유로 무급휴직을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B파트너즈는 이와 관련해 “회사가 임산부에게 휴직을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김씨에게 휴직을 종용한 관리자는 “내가 법을 알겠냐”며 “본사에 가서 노무사에게 직접 노무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회사 방침으로 임산부에게 휴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임종린 지회장은 “남성 관리자들은 여성 제빵기사들이 임신을 하면 ‘왜 내 허락 없이 임신했냐’ ‘조절 좀 하지’ 같은 폭언을 하기도 한다”며 “노동강도가 세고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없어 유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영국 노조 사무처장은 “노조가 우려한 대로 자회사 설립 후에도 옛 협력업체에서 벌어졌던 불법적인 인력운용과 노동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다”며 “불법적인 노동관행과 단절하고 새로운 고용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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