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노동계 반발이 거세지만 정부는 마이웨이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의안건으로 올릴 방침이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정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대 노총·시민단체 국무회의까지 총력투쟁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정부는 5일 국무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한다. 양대 노총은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집중투쟁에 나선다. 양대 노총과 시민단체·정당 등 30여곳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연대는 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다. 이들은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배신하고 '최저임금 삭감법'을 의결했다"며 "최저임금법 입법취지에 역행하고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허용해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한 위헌적인 최저임금 삭감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52개 단체가 함께하는 민중공동행동은 같은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시간 집중실천'에 들어간다. 민중공동행동은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투쟁에 앞장섰던 시민·사회단체들이 만든 새로운 연대체다.

민중공동행동은 "5일 국무회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를 위한 24시간 집중실천에 돌입한다"며 "촛불정신에 역행하고 600만 최저임금 노동자·민중의 고통을 야기하는 최저임금 삭감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무회의가 끝날 때까지 밤샘농성을 하며 청와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4일 오후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인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농성장에서 중앙집행위원회의를 열고 국무회의 의결시 이후 투쟁방향을 논의한다.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사회적 대화 참여 문제부터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연대협약,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대응방안까지 두루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5일 오전에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긴급결의대회를 열고,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자 선거캠프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달 1일 청와대 앞 농성에 돌입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90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다수결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빼앗았다"며 "국민 세금으로 여론을 제대로 모아서 민의를 펼쳐 달라고 했더니 국회의원들이 여론과 정반대로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최저임금 삭감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의 묵인이 있었다"며 "개정안으로 노정관계가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서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폐기하고 노조 면담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1일부터 집단단식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 앞 농성 외에도 6월 한 달간 최저임금법 개정안 폐기 100만 범국민 서명운동을 한다. 6·13 지방선거 기간에는 '최저임금 삭감 정당 후보 심판투쟁'을 병행한다. 30일에는 10만명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속전속결 처리? 최저임금 이슈 묻히기 기다리나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에도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12일 북미정상회담, 13일 지방선거, 14일 러시아 월드컵 개막 등 굵직한 일정이 예정돼 있는 만큼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이슈가 묻히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에서 통과된 최저임금 개정법안을 존중한다"며 "바뀐 법에 따라 원활하게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되길 바라고 정부도 이를 적극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주도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국가재정전략회의 중 휴식시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란 듯이 올리며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정문주 본부장은 "지금까지 정부 태도를 보면 국무회의에서 지체없이 의결해 공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한 김명환 위원장이 최저임금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만행을 규탄할 것"이라며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노정관계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배혜정·최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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