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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빵 못생겼다, 네가 사 가라"

기사승인 2018.06.05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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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맹점주, 정신적 피해보상 1천만원 요구하기도 … 회사는 합의하라 몰아붙이기

   
▲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김남연(가명)씨가 지난 4월26일 자신이 일하는 매장에서 산 빵과 영수증. 파리바게뜨 점주가 ‘빵이 못생겼다’ ‘빵이 이상하다’며 트집을 잡아 제빵기사에게 사라고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사야 한다.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파리바게뜨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올해 1월 진통 끝에 자회사 직접고용은 됐지만 제빵노동자 처지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새로운 자회사에 낡은 협력업체 규정을 적용한 탓에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온다. 제빵기사와 함께 자회사로 넘어온 옛 협력업체 현장관리자(BMC)가 제빵기사 매장 배치부터 진급까지 쥐고 흔드는데 이를 견제할 만한 마땅한 장치가 없다.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지회장 임종린)는 “회사의 시간끌기로 단체협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공정한 인사·승진제도나 제빵기사 인권침해 보호장치를 만드는 작업이 미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회사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유로 교섭을 회피한다는 주장이다. <매일노동뉴스>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몸담고 있는 PB파트너즈 노동실태를 살펴봤다.

[글 싣는 순서]
① 파리바게뜨 브라더 문화를 아시나요?
② 빵이 마음에 안 들어도, 매장 시설 파손돼도 “제빵기사가 물어내라”


"가맹점주가 직접 해동한 생지(숙성을 마친 반죽)를 주면서 빵을 만들라고 하더니 저한테 마음에 안 든다며 1시간 동안 빵 품질을 지적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저한테 다 사 가래요. 억울해서 관리자한테 보고했는데 뭐라는 줄 아세요? ‘점주가 시키는 대로 제품 사고 좋게 끝내라’고 하더군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김남연(가명)씨는 지난 4월 일하다 겪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점주가 해동과정에서 실수한 반죽을 어렵게 빵으로 만들어 놨더니 '빵 모양이 이상하다' '마음에 안 든다'며 트집을 잡다가 그 빵을 전부 김남연씨에게 사라고 요구한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도움을 청하는 김씨 손을 뿌리쳤다. 결국 그는 자신의 돈을 내고 빵 7개를 3만8천500원을 지불해야 했다.<사진 참조>

4일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에 따르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빵을 강매당하는 이는 김씨뿐만이 아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이라고 한다.

"오븐에서 꺼낼 때 빵 색깔이 조금이라도 진하게 나오면 점주가 못 팔겠다고 제빵기사한테 떠넘겨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제빵기사가 소비자 판매가격으로 그걸 다 사야 돼요. 회사 방침이 뭔지 모르겠지만 BMC(현장관리자)는 한결같이 ‘문제 만들지 말고 사 가라’고 하죠. 저도 빵 많이 샀어요."

또 다른 제빵기사 김태훈씨 얘기다. 어떤 상태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지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 가맹점주 취향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본사와 가맹점주가 서로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결국 약자인 제빵기사만 희생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제빵기사가 배송받은 빵 재료를 주방으로 옮기다 매장 에어커튼을 파손했는데, 점주가 수리비로 60만원을 청구한 사례도 있다. 파리바게뜨 관리자는 이때도 제빵기사에게 배상책임을 물었다. 어쩔 수 없이 수리비를 물어낸 제빵기사가 지회에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회가 이 사건을 문제 삼은 뒤에 밝혀진 사실은 황당했다. 점주가 에어커튼을 수리하지도 않고 제빵기사한테 수리비를 받아 낸 것이다. 파리바게뜨 모회사인 SPC 관계자는 “제빵기사는 가맹점에 근무하지만 관리자는 가맹점을 순회하면서 관리하기 때문에 각각 상황에 맞게 처리한다”며 “이 건은 회사가 최종적으로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유 한 병 마셨을 뿐인데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1천만원?


에어커튼 수리비 60만원 청구는 약과다. 5년차 제빵기사 조미현(가명)씨는 올해 3월 점주에게 1천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시작은 1천원짜리 수제쿠키 30개 값이었다. 조미현씨는 자신이 제빵기사로 일하는 매장에서 3월25일 롤케이크 2개와 쿠키 30개를 샀다. 그런데 계산원 실수로 쿠키값 3만원이 결제되지 않았다. 다음날 쿠키가 계산내역에서 빠진 것을 안 점주는 조미현씨에게 자초지종을 듣지도 않고 ‘제빵기사가 도둑질을 했다’고 회사측에 연락했다. 회사 관리자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조씨는 쿠키가 결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매장에 먼저 찾아가 현금으로 쿠키값을 계산했다.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점주는 그동안 조미현씨가 매장 물건을 이것저것 훔쳤다며 CCTV 영상사진을 들이댔다. 조씨는 경악했다. 자신이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내거나 넣는 장면을 가지고 점주가 ‘절도’라고 했기 때문이다. 조씨가 자신의 텀블러를 꺼내는 것도, 조씨가 매장에서 우유 2개를 사서 계산하고 가방에 넣은 것도 모두 ‘절도’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조씨는 점주가 ‘절도’라고 의혹을 제기한 CCTV 영상사진을 토대로 자신의 카드 결제내역과 비교해 봤다. 3월 초 1천400원짜리 매장 판매용 두유 한 병을 결제하지 않은 것과 케이크 박스 3장(총 750원 상당)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 외에는 모두 계산한 증거가 남았다.

점주는 제빵기사 조씨가 빵 반죽을 빼돌렸다고도 주장했다. 파리바게뜨에서 빵 재료를 주문하거나 반품하는 것은 전적으로 점주 몫이다. 그런데 회사 차원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점주 주문과 관계없이 제빵기사를 통해 한두 봉지씩 ‘밀어 넣기’를 한다. 조미현씨에게도 ‘밀어 넣기’용 신제품 빵 냉동생지가 몇 차례 왔었다. 하지만 점주가 원하지 않아 바로 반품했다. 문제는 계산대에서 반품등록을 해야 하는데 제빵기사인 조미현씨는 반품절차를 전혀 알지 못했다. 점주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점주는 이렇게 반품된 빵 냉동생지(총 8만5천원 상당)를 조씨가 ‘빼돌린 것’으로 몰아갔다.

점주는 회사에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포함해 1천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점주가 이 일로 인해 표정이 안 좋아져 매상에 악영향을 미쳤으니 물어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이밀었다. 손해배상 금액에는 명절에 점주가 조씨에게 떡값으로 줬던 50만원 상당의 현금·상품권과 매장 직원 회식비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500만원까지 물어낸 적 있다”
덮어놓고 합의 종용하는 회사 관리자


문제는 PB파트너즈 태도다. PB파트너즈 관리자가 조미현씨에게 한 말을 들어보자. 지회가 제시한 녹취록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관리자는 제빵기사에게 한 달 급여 300만원을 주고 해결하라고 종용한다.

“어쨌든 이런 비슷한 사건들이 발생이 되면 급여를 한 300(만원) 정도 맞춰서, (중략) 그냥 드리는 걸로 보통 해결을 많이 봐요. 사례가 있기도 하고. 그렇게 해결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어.”

그런데 점주가 1천만원을 요구하자, 조씨에게 ‘점주를 찾아가 금액을 합의하라’고 종용한다. 또 다른 녹취록을 보면 이 관리자는 “지금 500(만원)까지 내려놨어. (점주가) 금액은 500(만원)은 받아야 되겠다고 하신대”라고 말했다. 이어 "500만원을 물어낸 선례가 있다"며 황당한 계산식을 제시한다.

"그런 경험이 있긴 있어요. 내가 얘기했잖아요. 예를 들어 (제빵)기사님이 들어간 지 6개월 됐어요. (근무일이) 총 180일이에요. 한 건이 걸렸어. 뭔가를 훔쳤어. 카메라로 잡힌 게 1만원짜리야. 그럼 180일이니까. 180만원인 거야. 예를 들면 그런 식으로 측정되긴 해요. 계산하는 법, 우리가 나름대로 해서 지금까지 결제를 해 줬다고 하더라고. 최대한 한 게 500만원까지 있어요."

며칠 뒤 조씨가 계산 안 한 두유 한 병과 개인적으로 사용한 케이크 상자 3개, 반품절차 없이 반품한 냉동생지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배상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회사 관리자는 “(점주가 요구한) 돈이 많고 적음은 나도 모르겠다. 물론 법적 근거 없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나도 자세히 모른다”며 덮어놓고 합의를 요구했다.

조씨는 억울한 마음에 4월11일 회사 고충상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다음날 회사는 조씨를 불러 “절도했으니 사칙상 해고”라며 사직서를 쓰라고 했다. 심지어 사용하지 않은 연차를 모두 사용해야 사직이 가능하다면서 사직일을 4월20일로 쓰도록 지시했다.

조씨 사표는 지회가 나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달 2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조씨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사유는 풍기문란과 절도다. 조씨가 경찰 입회 하에 절도 혐의를 따져 보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씨는 현재 징계위원회 재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임종린 지회장은 “회사가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제빵기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회사와 가맹점주 간의 관계를 위해 제빵기사를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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