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네트웍노조

산업폐기물 소각업체 ㈜에너지네트웍이 노조와해를 위해 일부 조합원만 임금을 올리고 노조 해산을 요구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포괄임금제에 묶여 일한 만큼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자 노조를 설립한 노동자들은 노조 인정과 성실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일해도, 8시간 일해도 월 260만원

11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부산에 위치한 산업폐기물 소각업체 에너지네트웍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이후 회사측의 교섭 해태와 노조와해 공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장직 40명 사무직 23명인 에너지네트웍은 산업폐기물 업체 중에서는 규모가 큰 곳이다. 부산지역은 물론 울산·경주·포항 등 인근지역 폐기물이 모여든다. 24시간 가동하는 폐기물 소각장에서 포괄임금제로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는 현장식 노동자 20명이 “더 이상 기계처럼 살 수 없다”며 지난해 5월 노조를 만들었다. “조속히 단체협약을 체결하자”는 회사측 요구에 노조 결성 한 달 만인 지난해 6월 상견례를 가진 자리에서 노조는 “노조를 해산하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이아무개 전 사장이 “교대근무자 21명에게 기본급 260만원과 특근수당을 합친 3년치 임금 5억원을 줄 테니 노조를 없애라”고 제안한 것이다.

주간근무자들은 기본급 260만원에 연장근로에 따른 특근수당을 따로 받지만, 주야 맞교대(3조2교대)로 일하는 야간작업자들은 월 임금이 260만원으로 고정돼 있다. 최진원 에너지네트웍노조 위원장은 “교대근무자들은 보너스도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지만 포괄임금제로 인해 주간근무자들보다 임금이 월등히 적다”며 “회사가 주간근무자의 임금수준에 맞춘 임금을 주는 대신 노조 해산을 요구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이후 교섭에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주간근무자들은 하루 기본 8시간에 고정연장근무 1시간씩을 더하며 시간외근무수당을 모두 받고 있지만 야간교대근무자들은 밤에는 13시간, 낮에는 11시간씩 일하고도 포괄임금제로 인해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입 임금 올려 주며 노조탈퇴 종용”

노조는 회사가 노조와해를 위해 일부 조합원의 임금을 올려 주는 형식으로 노조탈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근속연수가 짧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까지 올려 줬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노조 설립 이후 여름부터 가을까지 집중적으로 임금인상과 승진을 단행했다”며 “입사 1년밖에 안 된 조합원들의 임금을 기존 220만원에서 260만~270만원까지 올려 주고 노조탈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과장급 월급이 채 260만원이 안 됐다”며 “월급을 올려 받은 조합원 모두 노조를 탈퇴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회사가 비교적 노조를 탈퇴하기 쉬운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회유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계약기간이 남은 노동자를 해고하기도 했다. 에너지네트웍은 취업규칙에 따라 만 58세로 정년이 정해져 있지만 노동자들은 정년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대부분 노동자가 70세까지 일했고, 70대 중반까지 일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회사는 지난해 7월 정년을 만 60세로 하겠다며 정년이 넘은 비조합원 4명을 촉탁직으로 전환했다. 조합원인 박아무개씨에게는 정년퇴직을 통보했다. 박씨는 “당시 근로계약 기간이 8개월 남아 있었는데 비조합원은 촉탁직으로 전환하면서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나에게만 정년퇴직을 통보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따라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올해 2월 원직에 복직해 4월부터 촉탁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는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25차례 교섭을 했다. 회사는 “경영이 어렵다”며 단체교섭을 연말까지 미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노조가 올해 2월 파업에 들어가면서 사장이 교체됐지만 일방적으로 임금 6% 인상안을 시행하며 노조를 무시하고 있다”며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노조와해만을 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너지네트웍 관계자는 노조와해 의혹에 대해 “이 전 사장이 지난해 6월 첫 교섭 당시 배석한 사람들을 모두 물리고 노조위원장과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눠 ‘노조 해산 요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다”며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지만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조사를 받고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임금을 협의 없이 인상하고 노조탈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크레인 담당자들의 경우 동종업계보다 임금이 터무니없이 낮아 수습기간 만료 후 업계에 맞는 수준으로 30만~50만원 정도 임금을 올렸다”며 “노조탈퇴를 조건으로 올린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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