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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문제, 남북미 관계처럼 풀 수 없을까

기사승인 2018.06.1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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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받은 위촉장을 청와대로 돌려보냈다. 4월14일자로 받은 위촉장이니 한 달 보름 만에 사퇴 통보를 한 것이다. 최저임금법 개악안 폐기와 재개정을 요구하며 투쟁에 돌입한 양대 노총 반발로 사회적 대화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실현될 때까지 이런 일이 생기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난감한 상황이 닥쳤다. 늘 만만찮은 노정관계에서도 그나마 상호신뢰하는 거의 유일한 의제가 최저임금이었는데 왜 이렇게 최악으로 치닫게 됐을까. 지난해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며 소득주도 성장의 첫 단추를 잘 뀄던 흐름이 왜 이어지지 못하고 노정갈등의 진원지가 돼 버렸을까.

최저임금법 개악안은 무리수이자 자충수다. 결정적으로 저임금 노동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즉각 영향을 미치는 복리후생 성격 급여를 포함한 건 대실책이었다. 더구나 취업규칙을 노동자 의견청취만으로 불이익변경할 수 있게 개악해 상여금 쪼개기까지 보장했다. 박근혜 정권도 못했던 일을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저질러 버린 꼴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밀어붙인 여야 타협안은 무노조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500여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태를 도외시한 탁상공론안이다. 이미 지난해에도 무노조 사업장을 중심으로 상여금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방식으로 노동현장에 불법과 꼼수가 횡행했다. 25%·7% 기준의 근거도 논란이지만 무엇보다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즉각 영향을 미치는 복리후생비의 경우 법 개정 영향평가 시뮬레이션이 필수였는데 생략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수정안이 나오고 30여분 만에 의결해 버렸으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말 그대로 졸속으로 만들어진 개악안이 돼 버렸다. 결국 사회적 발언권이 거의 없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부정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골목상권 여론을 주도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이 신경 쓰였더라도 이건 아니다. 애초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소속 환노위 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타협할 사안이 아니었다. 양대 노총의 반발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보란 듯이 패스한 건 또 무슨 심보인지. 양대 노총과 경총이 초유의 합의로 최저임금위로 넘기라고 했을 때가 기회였는데 걷어차 버렸다. 양대 노총이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200만명만 대표한다고?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 9명의 추천권을 가지고 있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일자리위원회에 2천만 노동자들을 대표해 참석하는 양대 노총의 현실 위상을 무시하는 건 최저임금은 물론 사회적 대화도 망가뜨리는 도발이다. 그럼 사용자단체들은? 국회의원들은? 홍영표 원내대표는 최저임금법 개악안으로 인한 노정관계 갈등 격화와 위태롭게 된 사회적 대화에 책임져야 마땅하다.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집권여당이 주도한 최저임금법 개악안의 문제점을 시정할 방도를 제시해야 한다.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이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였다. 특히 지난해 대폭 인상을 결정한 최저임금은 노정 파트너십 복원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기막히게도 최저임금 문제 때문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새로 생기자마자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바뀐 위원들로 구성된 11대 최저임금위도 일찌감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정갈등으로 인해 실패한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가. 이미 개악안 영향이 일파만파가 돼 노동현장은 어수선해지고 있다.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들이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개악안임이 분명한데도 바로잡지 않는다면 정권의 안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70여년 반목과 적대의 세월을 밑거름 삼아 결정적인 한반도 평화의 전기가 마련됐다. 그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적인 가교 역할을 한 것처럼 꼬여 버린 최저임금 문제의 실타래도 공약을 이행하고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남북미 관계보다 노정관계가 더 어려운가. 정전 상태를 종전과 평화로 바꾸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결단이 노동의제에선 왜 불가능한가.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해야 하는 법정시한이 6월28일이고 최종 마지노선이 7월15일이다. 시간이 없다. 노정 대결로 치달아 득을 볼 세력은 재벌과 자유한국당 등 적폐기득권 뿐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의 시금석이고 불평등 양극화 해소의 마중물이다. 전화위복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바란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이남신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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