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을 받은 판결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1일 휴일근로 가산수당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 것은 기존 하급심 판결의 흐름과 배치된다. 그동안 고등법원 판결은 14건 중 11건이 중복할증을 인정했다.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 대세를 따를 것으로 기대됐다. 8시간을 넘지 않는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중복할증을 하지 않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올해 3월 공포됐더라도, 그 이전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중복할증이 인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노동자들이 지난 3년치 휴일근로수당은 중복할증으로 계산해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른 판결을 내렸다. 올해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시간단축 관련 근기법 개정안이 영향을 미쳤다.

“1주일은 5일, 국회가 인정”

“노동부 행정해석 폐기했더라면”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근기법 개정을 주요 이유로 댔다. 개정 근기법은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사업장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다르게 규정했다.

다수의견 대법관들은 “구 근로기준법상 1주간 기준근로시간 및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전제로 해서 (개정된 근기법에) 정의 규정을 추가했다”고 주장했다. 근기법 신설 조항이 “구 근기법상 일주일은 휴일을 제외한 5일”이라는 점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다수의견 대법관들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한다고 인정할 경우 개정된 근기법과 충돌한다는 논리를 폈다. 대법관들은 “개정 근기법의 1주 정의에 관한 신설조항의 이행시기가 미처 도래하기도 전에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1주간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적용하는 법률효과가 나타나게 돼 개정 근기법 부칙 조항은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고 밝혔다.

개정된 근기법 부칙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노사합의를 통해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된다. 그런데 대법원이 중복할증을 인정해 1주일에 휴일을 포함하게 되면 이들 사업장은 2021년 7월 이전까지 1주 최대 52시간까지 일하다가,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는 최대 60시간까지 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다수의견은 개정 근기법 규율 내용과 조화로운 해석을 도모했다”며 “반대의견 해석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사업장 규모별 순차 적용을 위해 국회의 추가적인 개정 등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올해 2월 국회의 근기법 개정을 핑계로 댄 것이다. 노동시간단축 관련 근기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2월27일 홍영표 당시 환노위원장은 “대법원이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이고 그게 정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1주일이 7일인 것은 구 근기법에서도 상식인데 국회가 불필요하게 새로운 조항을 넣고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으니 대법원이 국회 핑계를 대면서 부담을 덜었다”며 “고용노동부가 1주일은 5일이라는 행정해석을 빨리 폐기했더라면 대법원 판결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거래로 판결 미뤄졌나

휴일노동 중복할증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가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법원행정처 문건에 거론됐다는 사실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법원행정처의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 문건에는 중복할증 사건과 관련해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시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중복할증해야 한다는 것이 하급심 판결의 대체적인 입장”이라고 나와 있다. 이어 “중복할증시 기업의 막대한 추가 부담(약 8조원+향후 매년 약 2조원)을 고려하고, 노사정의 자율적 타협을 존중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의 노동개혁 결과 도출시까지 대법원 판결 선고를 잠정 보류하고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2011년 12월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을 조금만 빨리 결론 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고의적으로 판결을 미뤘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로 확인된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과 이번 판결을 가장 환영하고 반기는 집단은 재벌 대기업과 자본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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