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건설 현장소장이 회사가 개최한 ‘수주·안전기원 산행’을 갔다가 급성 심정지로 사망했다면 업무상재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평소 등산을 하지 않던 고인이 최저기온이 영하 9.5도를 기록할 정도로 추운 날씨에 1시간20분 동안 산행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9일 철도건설 현장소장 A씨(사망당시 43세)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3년 건설회사에 입사해 원주-강릉 구간 현장에서 소장으로 일하던 중 2015년 2월28일 회사가 주최하는 ‘수주·안전기원 산행’에 참여했다. 강원도 공사현장 책임자로 빠질 수 없었던 행사였다.

행사 당일은 최고기온 영상 3.7도, 최저기온 영하 9.5도, 평균기온 영하 2.2도로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A씨는 오전 10시30분 강원도 횡성 청태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집결했고 11시50분쯤 정상에 도착했다. 2킬로미터 거리를 1시간20분간 등산했는데, A씨는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쓰러졌다. 곧바로 119 구조대 헬기로 병원에 후송됐지만 같은날 오후 1시27분께 사망했다. 급성 심장사였다.

A씨는 2013년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2014년 건강검진에서는 이상지질혈증과 간장 질환·고혈압 의심 소견이 나왔다. 대법원은 “고인이 기초질환이 있기는 했지만 평상시에 별 이상 없이 근무한 점에 비춰 보면 추운 날씨에 산행 행사에 참여한 것이 급성 심장질환을 발현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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