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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말한다 ①] 일 시키고 책임은 안 지는 현대중공업의 ‘먹튀’

기사승인 2018.06.2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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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차장

   
▲ 이정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차장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 3권이 없다”고들 한다. 노조를 만들기 어렵고, 교섭하기는 더 어려우니 파업은 꿈도 못 꿀 일이라 그렇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대부분 고용한 회사와 실제 일을 하는 회사가 다르다. 노동자를 고용한 하청회사는 껍데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월급을 얼마나 줄지 결정조차 못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진짜사장 나오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현대중공업·포스코·아사히글라스 화인테크노코리아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시민 대다수 일을 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한다. 여전히 그 대다수에게 낯선 말이겠지만 그들이 바로 ‘노동자’다. 헌법 32조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고, 33조에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나와 있다. 바로 노동 3권이다.

일을 해야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사회 다수니 일할 권리가 헌법에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노동 3권 역시 헌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헌법으로 정해진 이 노동 3권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간접고용 노동자다. 간접고용이란 회사가 필요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를 불러와 일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도급·용역·파견·위탁 등이 있다.

기업들이 간접고용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은 직접고용하는 것보다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청·용역·파견·위탁 노동자들을 사용하면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것보다 사용자로서 책임이 줄어든다. 고용·산업안전·노사관계 무엇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는 만큼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 3권을 포함한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기본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현대중공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조선업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만명의 하청노동자를 사용해 배를 만들어 돈을 벌었다. 그러나 직접고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에서 한 해에 하청노동자가 열 명 넘게 산업재해로 사망했으나 현대중공업은 하청노동자 산업재해에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기업이 직접고용한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해고할 때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 등 요건을 갖춰야 하고 사전에 노동조합과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간접고용 하청노동자들을 해고할 때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조선업 경기가 나빠지면서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에 주는 하도급 대금을 삭감하자 버티지 못한 하청업체들이 폐업했고 해당 업체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현대중공업의 하청노동자도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협의는 없었다. 그렇게 지난 3년 동안 3만명의 하청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에서 쫓겨났다.

기업이 간접고용 하청노동자를 사용해 돈을 벌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을 막으려면 진짜 사용자인 원청이 하청노동자들과 교섭해야 한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조합과 교섭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실제 사용자로서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2003년 설립됐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이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는 다 달랐다. 노동조합활동을 방해한 것은 원청 현대중공업이었다. 물론 겉으로는 하청업체 사장들이 노조를 방해했다. 노조 가입이 드러난 노동자에게는 노동조합을 탈퇴하라고 회유하고 협박했다.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아예 하청업체는 문을 닫았다.

멀쩡하던 하청업체는 왜 폐업했을까. 당연히 원청 현대중공업 때문이다. 하청노동조합은 원청 현대중공업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원청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면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중앙노동위 판정에 불복해 소송까지 했지만 2010년 3월25일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의 상고를 기각했다.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가 맞다는 것이다. 법원 판결이 아니더라도 현대중공업이 사용자가 아니라면 부당노동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자와 직접 교섭을 해야 하는 이유를 현대중공업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지난 3월 금속노조 비정규대표자회의는 원청 대상 4대 공동요구를 정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원청이 하청 노사협의회·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가하고 복리후생을 동등하게 적용하라는 요구다.

현대중공업도 생산현장에 정규직보다 더 많은 하청노동자를 사용하는 만큼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하청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를 구성해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협의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하청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하청노동자들에게도 정규직 노동자와 동등한 복리후생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규직 노동자들과 똑같이 현대중공업의 배를 만드는 하청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시작은 현대중공업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의 직접교섭이다.

이정은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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