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2018.5.31. 선고 2012헌바90 노조법 24조2항 등 위헌소원


1. 사건의 배경과 개요

2010년 1월1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개정되면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도입됐고 그해 7월1일부터 시행됐다. 당시 많은 사업장에서 근로시간면제 한도 이상의 전임자(부분전임 포함)를 두고 있었고 또 유급 조합활동 조항도 많이 있었는데 고용노동부에서 노조법 개정을 계기로 이들 조항에 대해 대대적인 시정명령을 발령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법률이 개정된 근로시간면제에 관한 조항 외에 각종 편의제공 조항(혹은 운영비 원조 조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하에서 보듯이 2010년 노조법 개정으로 바뀐 부분은 근로시간면제에 관한 조항일 뿐이고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에 관한 노조법 81조4호(이하 “이 사건 조항”)는 아무 변동이 없었으므로 위와 같은 대규모 시정명령은 한마디로 뜬금없고 악의적인 것이었다. 이 사건도 노동부가 금속노조 충남지부 산하 7개 사업장 단체협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발령하면서 시작됐다. 노동부가 문제 삼은 조항들은 조합사무실의 집기·비품 제공, 관리유지비(전기료·수도료·냉난방비·영선비), 주유비 등이다. 단체협약 시정명령 1심 판결은 이 사건 조항에 대해 “최소한의 필요 경비를 원조하는 것으로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함에 따른 필요불가결적인 편의제공이라고 봤고, 공동 요금을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을 근거로” 시정명령을 취소(금속노조 승소)했다(대전지법 2012.1.18. 선고 2011구합183판결). 그러나 2심은 “노조 운영비와 전임자 급여가 전혀 별개 항목이라고 보기 어렵고, 복수노조 상황에서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이 명시적으로 금지됐다면 다른 운영비 지원도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1심을 파기했다.(대전고등법원 2013.1.10. 선고 2012누483판결) 그리고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에 대해 “주기적이나 고정적으로 이뤄지는 운영비 원조 행위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원 행위와 마찬가지로 노조법 81조4호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봐야 하고, 설령 그 운영비 원조가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요구나 투쟁으로 얻은 결과라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했다.(대법원 2016.3.10. 선고 2013두3160판결) 이로써 위 금속노조 충남지부 시정명령 사건 중 노조 운영비 원조 부분은 일응 금속노조 패소로 확정됐다. 그러나 이 사건(1심)에서 금속노조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는데, 1심 법원은 운영비 원조에 대한 과거 대법원 판결의 입장에 따라 금속노조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중 이 부분은 각하했다(대전지법 2011아124).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이후 대전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1심과 달리 운영비 원조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함에 따라 재판의 전제성이 생기게 됐고 헌법재판소는 5월31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2.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조항이 금속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했다. 우선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조항이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가. 수단의 적합성 관련해서는 운영비 원조 행위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이를 금지하더라도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의 달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나, 침해최소성 관련해서는 ① 운영비 원조 행위로 인해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현저한 위험이 있는지 여부는 그 목적과 경위, 원조된 운영비의 내용, 금액, 원조 방법,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 방법 및 사용처 등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경우까지도 금지하고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봤다.

또한 ② 노동조합이 노동 3권을 실현하는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고, 협력적 노사자치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해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활동의 성과를 감소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집단적 노사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동 3권 취지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봤다.

③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선호하는 특정 노동조합에만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는 차별받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할 수 있기는 하나 공정대표의무와 부당노동행위 조항으로 대응이 가능하므로 복수노조 존재를 고려하더라도, 운영비 원조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④ 전임자 급여 지원행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2014년 5월29일 2010헌마606 결정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전임자 급여 지원 행위와 노동조합의 운영비 원조 행위는 여러 측면에서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다. 마지막으로 법익균형성과 관련해서도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위험이 현저하지 않은 운영비 원조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확보함으로써 실질적인 노동 3권 행사를 보장하는 데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는 반면, 운영비 원조 금지조항으로 인해 금속노조는 사용자에게 운영비를 원조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노사자치 원칙을 실현할 수 없게 되므로, 운영비 원조 금지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조항은 금속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으로 봤다.

3. 2019년 12월31일 이후가 아니라 당장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조항이 위헌이라고 보면서도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저해하거나 저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운영비 원조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조항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2019년 12월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적용하라고 명했다.

여기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2019년 12월31일까지 잠정 적용을 명한 것이 효력이 있을지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법은 형벌법규의 위헌 결정은 소급효를 가지지만, 비형벌 법규의 경우에는 장래효가 원칙임을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이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행정소송(단체협약 시정명령 등)이나 민사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 등)이고 형사사건은 드물다는 점에서 민사·행정법규의 예에 따라 장래효만을 가지고, 따라서 2019년 12월31일(혹은 개선입법) 이후에만 효력이 있다고 보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의 본질은 형사처벌에 관한 형벌법규고, 민사나 행정적인 효력은 그에 부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민사·행정법규로 보더라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예외적으로 소급효를 인정하는 범위에 해당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잠정 적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형벌법규에 관한 일반 사례<각주1>에 따라 소급해 효력(최소한 2019년 12월31일 이후에는 소급해 효력 발생)이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소급 효력 발생시점이 선고시점이든 2019년 12월31일 이후든) 소급한다는 사실을 분명하므로 노동부 등은 이 사건 조항을 전제로 하는 각종 시정명령을 철회 내지 직권취소해야 할 것이고, 사용자들도 운영비 원조가 부당노동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각종 민사소송을 취하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이번 결정의 전제가 된 금속노조 충남지부 단체협약 시정명령 사건은 재심청구가 가능해졌다. 다만 헌법재판소도 이 사건 조항이 노동조합의 자주성 저해 우려가 있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본 것이므로, 이후부터는 헌법재판소가 그 이유 중에서 밝힌 요소들, 즉 “목적과 경위, 원조된 운영비의 내용, 금액, 원조 방법, 원조된 운영비가 노동조합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원조된 운영비의 관리 방법 및 사용처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각주 1>
대법원은 형벌법규를 잠정 적용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효력은 단순위헌과 같이 전면적으로 소급효를 발생시킨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1.6.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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