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태 기자
한국경총이 다음달 3일 임시총회를 열어 송영중(62·사진) 상임부회장 해임 여부를 논의한다. 현재로서는 해임 가능성이 높다. 송 부회장은 올해 4월6일 취임했다. 3개월 동안 경총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서 송영중 부회장을 만났다. 송 부회장은 취임 뒤 겪었던 사무국과의 갈등, 경총 사무국 내부의 불합리한 관행, 최저임금법 개정 대응 과정에서 나온 논란에 입을 열었다.

-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작업 개입 의혹으로 경총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때부터 내부에서 갈등이 시작됐다고 들었는데.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직원들에게 5억원에 이르는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는 문제가 발단이 됐다. 내가 회사 자금으로 지원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자 (회사와 직원들이 복지사업을 위해 만든) 공제회 사업으로 변호사 비용을 대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회사 재산인 골프회원권을 공제회 재산으로 편입시키자고 하더라. 회사 재산을 왜 공제회 재산으로 바꿔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재정·운영에 온갖 편법 난무”

송 부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 문제로 사무국과 갈등하기 시작했는데 (취임 1개월 정도 지난) 5월 초부터 나를 퇴진시키기 위한 징후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 퇴진운동 징후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나.

“경총 사무국 노조설립을 빙자했다. 특정 임원 추종세력이 노조설립 움직임을 주도했는데, 나를 퇴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 특정 임원에게 사직서를 내게 했다고 들었다.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이 그만두고 나서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됐던 임원이다. 나를 퇴진시키려는 움직임을 포착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경총 법인등기대표는 정관상 회장과 상임부회장만 하게 돼 있다. 그런데 그 임원까지 법인등기대표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위를 물으니 ‘회장님의 법률적 책임을 면하게 해 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 이게 말이 되나. 그래서 인사담당 임원에게 ‘문제의 임원이 거취 표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랬더니 (해당 임원이) 내가 아닌 인사담당 임원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 불투명한 경총 회계 문제도 비판했는데.

“기업의 단체교섭을 위임받아 생기는 수익이나 기업안전환경협의회 사업비를 집행한 뒤 남은 돈이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고 쓰인다. 이사회는 얼마를 받는지조차 모른다. 그중 일부는 직원들 격려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협회 운영의 불투명성이 심각한 상황이다.”

최저임금법 개정 대응 “회장에게 두 번이나 보고”

- 지난달 최저임금법 개정 논란을 거치면서 내부 갈등이 폭발한 것 같다.

“경총과 양대 노총은 5월19일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국회에서 하지 말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하자’고 합의했다. 회원사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5월 국회 통과가 유력했던 법안 내용은 매달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것이었다. 자체 조사한 결과 15개 그룹 중 11개 그룹이 ‘제도개선 혜택이 없거나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정기상여금이 매달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단체협약을 고치지 않고서는 제도개선 이익이 없다고 본 것이다. 지방 경총 회원사들도 당시 국회에서 논의되는 방안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래서 (국회 논의를) 스톱시킬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노사자치와 사회적 대화다. 최저임금은 노사의 임금·단체교섭과 같은 것이다. 임단협을 왜 국회에서 입법으로 해결하나.”

- 경총은 주변 반대에도 부회장이 밀어붙였다고 반박한다.

“경총과 양대 노총이 합의한 것은 토요일이던 5월19일 저녁이다. 합의문 작성에 참여했던 임원도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19일 합의문이 나오기 전 손경식 회장이 오후에 사무실에 출근하셨기에 설명을 드렸다. 그리고 일요일인 20일 서울 한 호텔에서 다시 만나 설명하고 내용을 공유했다. 정부와 중소기업중앙회, 회원사들에게 각각 발표할 입장문까지 작성했다. 21일 합의 내용이 공개된 뒤 보수언론은 ‘송영중이 배임을 했다’고 몰아붙였다. 보수언론과 여당의 공격을 버티지 못한 손 회장과 임원들은 결국 입장을 바꿨고, 상임부회장 잘못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23일에는 언론사에 해명자료를 보내고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법적대응을 하라는 지시를 했는데 홍보팀이 거부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사용자단체, 합리적 노사관계 지향해야”

- 회원사 중심 경총을 강조하고 있는데.

“경총은 모든 것이 사무국 중심이다. 회원사와 동떨어져 있다. 회원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원하는 것을 해 줘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대응이다. 국민연금이 시장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경총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경총이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위원인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수당을 받는 데 급급하다. 직원들에게 회원사 중심으로 사고하도록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설명하고 제안했다. 그러니 시도 때도 없이 지시만 한다고 비판한다. 회원사 지원업무는 엉터리로 하면서 엉터리 회장단회의와 엉터리 총회를 개최한다.”

- 회장단회의 비민주성을 지적했는데 경총은 “권위 있는 비공식 회의체”라고 주장한다.

“회장단회의는 회원사 뜻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관행적으로 주변 몇몇이 주도한다. 정관에 있는 회의체도 아니다. 나를 몰아내기 위해 회장단회의가 세 번이나 열렸는데 정작 회원사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한 번은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단축 같은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주요 기업 임원간담회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랬더니 나 몰래 회의를 취소해 버렸다. 사무국에 따지니까 취소했던 간담회 일정을 슬그머니 다시 잡았다. 비슷한 시각에 나도 모르는 회장단회의가 열려 내 거취 문제가 논의됐다. 올해 2월 박병원 전 회장 연임 실패 논란과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의 회장 추대 번복도 비민주적인 회장단회의 구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 경총의 노사관계 업무 처리방식은 어떤가.

“사용자단체답게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 노조가 없는 곳에 노조가 생기면 (없애려 하지 말고) 합리적 노사관계를 어떻게 정착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경총은 대기업 단체교섭을 위임받는 사업을 한다. 그건 경총(중앙)이 할 일이 아니다. 지방경총에서 해야 한다. 생각 같아서는 사업을 없애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신 행위준칙을 만들어 지키도록 했다. 예컨대 단체교섭을 위임하기 전에 ‘우리는 부당노동행위를 안 하니까 시키지 마라’는 다짐을 받으라는 것이다.”

“경총 새롭게 변한다면 자리 연연 안 해”

- 경총 사무국이 부회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14년간 같은 사람이 상임부회장을 했던 조직이다. 특정 임원이 상임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기대했던 세력이 있다.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 지금 손경식 회장은 그런 구태의연한 임원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에 둘러싸여 있다.”

- 7월3일 총회에서 해임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난달 30일 손경식 회장을 만나 ‘회장님마저 절 못 믿으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제조건을 달았다. 내가 기업들에게 배임행위를 하지 않게 해 주고, 박수 받으면서 떠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원래 7월3일은 경총의 새로운 비전과 전략 수립을 위한 이사회가 잡힌 날이었다. 회원사 중심의 새로운 비전과 과제·전략을 확정하는 자리다. 내가 주도해서 준비했다. 경총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새롭게 변할 수만 있다면 떠나는 것은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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