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영세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해 온 근로자건강센터가 각 지역 산업과 현안에 맞춰 특성화된다. 서비스업 집중지역의 근로자건강센터는 감정노동관리 전문센터로, 조선업 집중지역 내 센터는 소음성 난청·근골격계질환 예방센터로 육성하는 식이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로자건강센터 운영성과 및 향후 운영방향'을 공개했다. 정부가 내년 발표할 '근로자건강센터 중장기 발전방안'의 초안 격이다. 그런데 직원들의 고용불안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발전방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건강센터 특성화 계획 '눈길'=근로자건강센터는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의무가 없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과 취약노동자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2011년부터 전국 21곳에 설립됐다. 모두 위탁운영되고 있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간호사·작업환경전문가·직무스트레스 상담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직무스트레스와 근무환경 관련 건강 상담과 질병 상담을 하고, 근골격계질환·뇌심혈관계질환 예방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센터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2011년 1만6천명에 그쳤던 센터 이용자가 지난해 18만명으로 11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센터에서 2회 이상 상담받은 노동자 중 66.7%는 건강 수준이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 살균제, 수은중독,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 마필관리자 자살같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사건에도 적극 대응했다.

정부가 '국민안전'을 핵심 국정목표로 삼으면서 근로자건강센터 역할은 커질 전망이다. 이에 노동부와 공단은 설치 지역의 산업특성과 업종 규모, 취약노동자 분포, 센터운영기관 역량 등을 고려해 센터 기능을 특성화하고 규모를 차등화(광역형·표준형)할 계획이다. 광역형 센터는 지역특성과 센터 역량을 고려해 감정노동관리 전문센터나 소음성난청 및 근골격계질환 예방센터, 직업적 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 같은 고유기능을 부여한다. 심리상담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문 심리상담사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산재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강화한다.

관계부처·국회와 협의해 향후 센터의 시설·인력을 지역적 산업보건서비스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확충하고,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법적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계약갱신 방식 바꾼다는데, 고용불안 해소될까=근로자건강센터 운영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된 센터 직원들의 고용불안 해소방안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올해 2월 광주근로자건강센터를 수탁운영하던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근속 2년 이상 노동자 재고용을 거부하면서 운영중단 사태로 비화된 바 있다. 지역노동계의 거센 압박으로 조선대가 재고용을 결정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었다. 3년 주기 민간위탁 재공모 방식이기 때문에 3년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민간위탁 방식이 아닌 공단이 센터를 직접운영하는 식으로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노동부·공단은 이번 발표에서 현행 3주기 재공모 방식과 관련해 재공모 없이 계약해지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공단 관계자는 "다른 기관이 참여해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센터 운영기관을 대상으로 장기운영에 적합한지 심사하겠다는 것"이라며 "고용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약기간이 3년이 될지, 5년이 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근로자건강센터 관계자는 "결국 우리는 영원히 위탁업체 비정규직으로 남겨 두겠다는 얘기"라며 "고용불안 속에서 무슨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3단계 전환대상인 민간위탁기관 분야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근로자건강센터를 포함했다"며 "실태조사 결과만 기다리지 않고 계약갱신 방식을 개선해 센터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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