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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자회사 전환 1년 만에 파업한 홈앤서비스 직원들

기사승인 2018.07.02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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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기본급 월 209만원으로 인상하라”

   
▲ 최나영 기자
햇볕이 내리쬐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역광장은 “홈앤서비스는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1박2일 파업을 결정하고 전국에서 상경한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지부장 정범채) 조합원 1천500여명이 서울역광장을 메웠다. 임금교섭 승리를 다짐하는 파업 출정식이다. 뜨거운 날씨 탓에 국방색 모자를 맞춰 썼고, 일부 조합원은 선글라스와 쿨토시까지 착용했다.

기본급 인상과 유연근무제 도입 반대를 주장하는 지부 조합원들이 자회사로 편입된 지 1년 만에 파업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7월 협력업체 인터넷·IPTV 설치·수리기사들을 자회사 홈앤서비스로 직접고용했다. 노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모범사례라고 생색냈던 SK브로드밴드의 자회사 전환 정책이 얼마나 빛 좋은 개살구인지 보여 주는 사례”라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지부 조합원의 91%가 찬성했는데, 조합원들의 분노가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홈앤서비스 노사는 올해 4월4일부터 임금교섭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차별과 경쟁·불안 야기하는 실적급 이제 그만”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국정농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재벌 SK가 정권에게 잘 보이고자 지난해 협력업체 직원 5천여명 직접고용을 선언했지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위원장은 “3개 협력업체는 자회사로 전환되지 않았고, 자회사로 전환된 이들에겐 차별과 경쟁·불안을 야기하는 실적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주야로 부려먹겠다는 심사로 유연근무제마저 도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SK브로드밴드가 촛불혁명에서 국민이 요구했던 재벌개혁을 거스르려는 작태를 보인다”며 “노동자들이 뭉쳐 우리 미래를 스스로 결정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박대성 노조 공동위원장은 “2014년 3월 지부를 설립한 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모자란다는 분노가 있다”며 “우리 스스로 단결하고 지역사회와 연대해 올해 임금 요구안을 쟁취해 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재벌을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 삶이 하나도 바뀔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부와 지회가 SK·삼성을 비롯한 재벌을 함께 바꿔 나가자”고 말했다.

정범채 지부장과 정규덕 수석부지부장은 이날 삭발했다. 정범채 지부장은 삭발 뒤 “간절히 승리를 원하냐. 이번엔 제대로 싸우자”고 외쳤다. 울먹이는 목소리가 조합원들의 박수 소리에 묻혔다.

“시간외근로수당 없애는 유연근무제 반대”

서울지역에서 설치·수리를 함께하는 멀티기사로 일한다는 박아무개(37)씨를 만났다. 박씨는 대열 뒤편에 송글송글 땀 맺힌 얼굴로 서 있었다. 박씨는 “기본급 인상을 쟁취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박씨는 세후 월 평균 270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이 중 시간외근로수당이 100만원 정도다. 박씨는 “매주 토요일에 근무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일요일·휴일에도 일하면서 평일근무를 오후 7시30분까지 해야 이 정도 급여를 받는다”며 “기본급이 적어서 시간외근무를 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 있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노동시간단축 제도로 시간외근무마저 할 수 없게 된다”며 “월 209만원 수준의 기본급 인상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도입하려는 유연근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씨는 “회사가 최근 시범시행한 유연근무제는 시간외근로수당을 없애는 안”이라며 “급여가 적어 투잡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유연근무제를 하게 되면 퇴근시간이 불규칙해 그마저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홈앤서비스는 이달부터 신청자에 한해 유연근무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지부는 거부하고 있다.

이날 파업 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에서 온 조합원도 있었다. 한광섭 지부 제주지회장은 “지회 조합원 22명과 함께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왔다”며 “제주보다 서울이 더운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서울 강서·서울 마포지역 협력업체는 아직 자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상태다.

한광섭 지회장은 “제주지역은 자회사에 고용되지 않아 차량을 못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적급 지급도 불투명하게 이뤄져 직원들의 부담감과 불만이 적지 않다”고 파업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6월 말 SK브로드밴드와 협력업체의 계약이 종료되는데 협력업체 쪽에서 계약종료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7월부터 자회사로 전환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파업을 마친 뒤 자회사 전환 여부를 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부는 이날 출정식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까지 행진했다. 그곳에서 파업 문화제를 열고 노숙했다. 조합원들은 지난달 30일 오후 민주노총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뒤 해산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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