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노동자 33.8%는 사비를 털어 의료용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었다. 29.3%는 병원발전 기부금 납부를 강요당했다.

보건의료노조가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에 의뢰해 조합원 2만9천62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다. 4일 노조는 실태조사 중에서 ‘보건의료 현장의 갑질과 태움·폭언폭행·모성보호’ 부분을 공개했다. 병원노동자 48.2%가 갑작스럽게 근무시간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48.1%는 원하지 않는데도 휴가사용을 강요당했다. 본인 업무가 아닌 업무를 한 경험도 38%나 됐다. 병원 갑질을 경험한 병원노동자 중 80%가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다.

폭언·폭행·성폭력에도 노출됐다. 응답자의 66.2%는 폭언을, 11.9%는 폭행을, 13.3%는 성폭력을 경험했다. 병원내 괴롭힘(태움) 경험도 19.2%로 높았다.

이런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병원노동자는 별로 없었다. 피해자 대다수는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하거나 참고 넘겼다고 답했다. 노조나 회사 고충처리위원회에 문제해결을 요청하거나 법적 대응을 했다는 응답은 2%도 되지 않았다.

모성보호는 엉망이었다. 최근 3년 이내 임신·출산을 경험한 여성응답자 6천163명을 대상으로 ‘임신결정의 자율성’을 조사했더니 "임신결정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34.1%로 여전히 높았다. 이유는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50.4%) △부서 분위기상 눈치가 보여서(24.4%) △부서 내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 많아서(21.4%) 등으로 대부분 인력부족에서 비롯됐다.

특히 출산전후휴가 90일을 모두 사용한 사례는 66.7%에 불과했다. 법정 모성보호제도가 병원에서 무력화되는 현실이다.

노조는 "인력부족으로 모성보호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병원 여성노동자들이 임신과 출산의 자유와 법적으로 보장된 모성보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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