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언젠가 농성천막 뜯겨 나간 자리에 화단이 봉분처럼 솟았다. 상복 입은 해고자들이 새로운 영정을 들고 그 자릴 다시 찾아와 비석처럼 머물렀다. 상을 차리고 조문객을 받는 일은 새롭지도 않아 누구나가 능숙했다. 갖은 악다구니를 견뎌 자리 잡았다. 땡볕 아래 쏟아지던 온갖 욕설과 저주와 조롱을 삼켰다. 달빛 아래 반복되던 군가와 랩 음악 소리를 그저 듣고 흘렸다. 거기 애국보수우파의 성지를 지켜야 한다고, 좌빨 노조 시체팔이 막무가내 깡패를 몰아내야 한다고, 또 공산화를 막아야 한다고 성내던 사람들과 뒤엉켜 땀 흘렸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겠다며 자릴 지켰다. 때때로 몸 낮춰 사정했다. 해고는 살인이다, 오래도록 외친 구호가 그 흔한 과장 없이 지독하게 건조했다. 서른이 서러워 밤낮 없이 그렁그렁 눈 벌건 사람들 옷에 소금꽃이 피었다. 쉰내 풍겼다. 향내가 뱄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