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류장수)가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1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한국노총>
지난 5월25일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고용노동부는 “고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과연 그럴까. 한국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원회 요청으로 분석한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최저임금 실질 인상효과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 인상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통해 산입범위 확대가 저임금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던 연구 결과를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최저임금위 전문가TF는 당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고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할 것을 다수 의견으로 제시했다.

“산입범위 확대 영향 예상보다 커”

최저임금위가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1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 의뢰로 작성한 ‘산입범위 확대시 최저임금 실질 인상효과’를 분석한 자료가 공개됐다. 노동연구원은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대 이익이 감소할 수 있는 노동자의 실질 인상효과를 분석했다. 시간당 통상임금이 7천530원 이하면서 법 개정 후 산입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높고, 소득분위가 1~3분위에 속하는 저임금 노동자 19만7천명이 대상이다.

<매일노동뉴스>가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현행보다 최저임금을 5% 인상(7천907원)할 경우 법 개정으로 인한 실질 인상률은 0.6%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를 인상(8천283원)해도 실질 인상률은 2.2%에 머물렀으며 15% 인상(8천660원)할 경우 실질 인상률은 4.5%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을 20% 인상(9천36원)해도 실질 인상률은 절반도 되지 않는 7.1%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달 21일 한국노총 주최 ‘개정 최저임금법의 진단 및 평가 긴급토론회’에서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가 주장한 산입범위 확대로 줄어든 인상률 2.74~7.70%를 웃도는 수준이다. 김 교수는 당시 “올해 최저임금은 저임금 개선효과 기준으로 보면 16.4% 인상이 아니라 8.70~13.66% 만큼만 인상한 꼴”이라며 “내년에는 (올해 산입범위 확대로 줄어든 인상률 2.74~7.70% 만큼 기본 인상률로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동자위원들은 노동연구원 분석에 대해 “최저임금제도 취지인 저임금 노동자 보호와는 상반되는 결과”라고 밝혔다. 노동자위원들은 산업범위 확대로 상쇄되는 인상분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 최저임금 결정 때 △산입범위에 복리후생비는 제외한다는 부대의견을 명기하거나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인상률 상쇄분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희 교수는 “노동연구원 자료를 보면 어떤 근거에서 분석한 것인지, 지난해와 비교해 왜 분석 결과가 바뀌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서도 “이번 분석 결과를 통해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영향이 생각보다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 구분적용 공익위원 전원 반대 속 부결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사용자위원들이 주장한 사업별 구분적용이 논의됐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20% 이상인 업종 가운데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과 부가가치가 전 산업 평균 미만이고, 소상공인 비중이 80% 이상인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률의 50%를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사·공익위원 23명은 사용자위원 안을 토대로 표결을 진행했고 반대 14표 찬성 9표로 업종별 구분적용안은 부결됐다. 공익위원 9명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한편 최저임금위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이날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 제도개선 관련 노정협의를 했지만 뚜렷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정협의 결과에 따라 조만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 관련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해 최저임금위 불참 입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1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에 최저임금위 복귀를 요청한다. 김 위원장은 “국회가 일방적으로 산입범위를 확대한 것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노동계의 반쪽이 빠진 채 최저임금 표결이 진행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 노동자들이 당하게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위 복귀를 제안할 예정이다. 최저임금위 전원회의가 앞으로 11·13·14일 세 차례 남은 상황에서 이제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위원의 눈치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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