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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노동자 과로사는 국가에 의한 살인

기사승인 2018.07.12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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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7월1일 대구지역 우체국 소속 집배노동자가 택배 픽업업무를 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6일 만에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집중수거 작업을 마친 집배노동자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집배노동자들에게 ‘특별기’라고 불리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직후에 발생했다.

집배노동자들의 사망은 더 이상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올해 숨진 집배노동자가 벌써 14명이다. 그중 심근경색·뇌출혈·심장마비 등 과로로 의심되는 사례는 6건이다. 지난해에도 39명이 사망했는데 10명이 뇌심혈관계질환, 9명이 과로자살로 확인됐다. 우정사업본부는 2015년 실시된 “지난 10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과정에서 유명 건설회사들을 제치고 4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은 뇌심혈관계질환과 교통사고다. 둘 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가 근본 원인이라는 점이 너무도 명백해서 이제는 상식으로 통할 정도다.

집배노동자에 대한 대표적인 국내 연구는 2013년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실시한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직업병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과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실시한 ‘집배원 과로사 근절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두 가지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집배노동자들의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은 비수기(폭주기를 제외한 평상시) 57.6시간, 폭주기(매달 14~22일 즈음) 70.2시간, 특별기(설날·추석·선거기간 등) 85.9시간이다.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주 60시간에 육박한다.

노동연구원 연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뇌심혈관계 인정기준에 관한 고용노동부 고시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집배노동자에게 발생하는 뇌심혈관계질환은 거의 대부분 장시간 노동, 만성적이고 과중한 업무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집배노동자들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등이 문제가 되자 지난해 우정사업본부는 2016년에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집배노동자들의 1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48.7시간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앞선 연구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정사업본부 자체 조사 결과는 복무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앞선 연구들은 연구 참여자들의 출퇴근시간, 일일 평균 식사시간, 일일 평균 휴식시간 등을 바탕으로 실근무시간을 계산한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집배노동자들이 복무기록상 시간보다 더 오래 일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뒤집어 얘기하면 집배노동자들이 실제로 발생한 시간외근무 일부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집배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모두 인정받지 못하고 무료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집배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무료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규 노동시간 내에는 주어진 업무량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과 무료노동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정규인력 증원 외에는 없다. 집배노조에서 주장하는 “토요택배 완전폐지” 역시 노동시간단축과 휴식시간 확보를 위해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집배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무료노동을 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정규직 집배노동자들의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고 복무규정을 따라야 하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집배노동자들에게 공무원이라는 감투를 씌운 채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부터는 노동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편업이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비정규직 상시계약집배원은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는다. 시행시기는 내년 7월이지만 우정사업본부가 이달부터 상시계약집배원의 토요근무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근기법 적용을 받지 않는 정규직 집배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요즘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도 같은 취지다. 집배노동자에게도 인간다운 노동과 삶을 보장해야 한다. 이미 상식이 된 장시간 노동에 의한 과로를 방치하는 것은 집배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행위다. 집배노동자들 또한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희생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상황을 감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정수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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