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개정하겠다는 고용노동부 입법예고가 있었지만, 그 이후 소식이 감감하다. 사업주·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와 시민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화학물질 관리의 변화를 만들고, 건설·서비스업 안전보건관리를 강화하는 전부개정안에 기대가 있는 만큼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지키겠다는 원칙만 생각하고 신속한 절차를 밟아 나가길 바란다. 다만 입법예고 당시 전면개정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했던 여러 사안에 대한 검토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중 첫 번째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범위와 관련한 문제다. 산업안전보건법 3조는 “이 법은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지만 유해·위험의 정도, 사업의 종류·규모 및 사업의 소재지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에는 이 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제외되는 업종이 상당히 많다. 위험성이 큰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화재를 진압할 때 온갖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고 무거운 장비를 들고 이동하기에 근골격계질환 위험에 시달리며 여러 안전 위험이 일상화돼 있는 소방공무원, 대중교통 이동이 많은 현장에서 미세먼지를 마시며 일해야 하는 교통경찰, 특성화고에서 자동차 정비를 가르치고 용접·도장 등을 가르치며 일상적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교사, 최근 장시간 노동과 사고로 안전보건 사각지대에 놓인 사실이 확인된 집배노동자. 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없다. 이들은 직업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건강위험을 평가하는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아니다. 작업환경측정과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안전보건교육 의무도 부여받지 않는다. 경찰서·소방서·학교·우체국이 이들의 안전보건관리를 담당하는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를 선임할 의무도 없다. 유해·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모두 면제된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 개념이 직업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포함돼도 공공행정을 한다는 이유로, 심지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직업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여러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내용을 논의하다가도 이 법에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느끼면 적용범위 확대 논의가 우선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당 주체들의 노력에서 동력을 얻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이야 어려움이 많지만 교사들은 교원단체와 노동조합이 있고, 집배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이 있고, 소방·경찰은 협의회 같은 단체가 있다. 전문가들의 주장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주체가 변화를 요구해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안전보건 문제가 주체들의 우선순위에 놓여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고용·임금 못지않게 안전보건 문제를 노동조합의 주요한 과제로 인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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