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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인력 퇴출프로그램 피해자 1천2명 전원 보상한다

기사승인 2018.07.20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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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지법 103명 화해권고 확대 적용 … 피해자들 “울분과 고통 속에 살았다”

   
▲ 이은영 기자
“2004년부터 2009년까지 1년에 한 번씩 담당지역과 업무가 바뀌었습니다. 2004년 퇴직금 중간정산에 문제를 제기한 이후였어요. 인사고과에서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는데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KT 장비 중에 제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어요. 사내 연수원에서 수차례 교육도 했습니다. 단지 바른 소리 했다는 이유로 퇴출 대상자가 됐어요. KT 후배 여러분, 절대 바른 소리 하지 마세요. 저처럼 퇴출당합니다.”

KT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명단에 올라 여러 사업소를 떠돌던 추병기씨는 정년 2년을 남겨 둔 2009년 12월 스스로 회사를 떠났다. 추씨는 32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둘 때 심경을 “더 이상 버티다가는 암에 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KT를 떠난 지 9년이나 지났지만 부진인력으로 낙인찍혀 쫓기듯 퇴사한 그날이 마음속 깊은 상처가 됐다. 추씨는 KT가 불법적으로 시행한 부진인력 퇴출대상자 1천2명 중 한 명이다.

“우리는 돈이 아닌 사과를 원해”

19일 KT와 KT노동인권센터·KT전국민주동지회에 따르면 KT가 추씨와 같이 부진인력 퇴출대상자 명단에 올라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노동자 1천2명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회사가 법원에서 화해권고 결정을 받은 103명 외에 899명에 대해서도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에서 확인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남지청 관계자는 “회사가 연락처를 보유한 재직자부터 위로금을 지급하고 퇴직자에 대해서는 연락처가 확인되는 대로 지급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연락처가 확인되지 않는 퇴직자들은 언론에 공고를 내는 방법까지 강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899명 중 재직자는 18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대상에 오른 전·현직 직원 1천2명 중 103명은 2015년 KT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KT의 불법행위로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불이익을 당했다는 이유다. 올해 4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KT는 도의적 책임으로 103명에게 각 515만원씩 6월15일까지 지급하라”며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고, KT는 위로금을 지급했다.

추병기씨는 KT가 자신을 포함해 899명에게도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KT가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사과”라고 일축했다. 추씨는 “퇴사 전 5년간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지역과 여러 업무에 배치시키며 쫓아내려는 회사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느라 죽을 것 같았다”며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노조 활동을 이유로 1천2명 명단에 오른 김태욱씨도 “내 인생에서 500만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며 “회사는 정식으로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 대상자에 올라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당시 퇴출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T 죽음 행렬 뒤에 퇴출프로그램 있어”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주요 대상은 명예퇴직 거부자와 노조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2005년 대상자 1천2명 명단이 세상에 알려졌고 이후 “기획조정실 인력기획부에서 매출액 대비 인건비를 19%대로 유지하는 중장기 인적자원 관리계획을 수립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KT는 부진인력 퇴출대상자를 미리 선정하고 퇴출프로그램을 통해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등급을 부여했다. 연봉을 삭감하고 다른 지역으로 전출시켰다. 생소한 업무로 인사조치를 하며 퇴사를 종용했다. 퇴사하지 않으면 인사평가와 실적부진을 이유로 해고했다.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은 노동자들의 목숨까지 위협했다. 올해 1월 KT노동인권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T가 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을 가동한 이후인 2006년부터 사망 직원이 급증했다. 지난해 말까지 사망자가 439명이다. 돌연사가 128명, 자살이 41명이다.

조태욱 위원장은 “KT 죽음의 행렬 뒤에 퇴출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유족들은 아직도 가슴에 한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KT가 1천2명에 대한 보상·공식사과와 함께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진정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법원의 화해권고 직후인 5월에 나머지 899명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건 없이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너무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법원이 대승적 차원에서 당사자 간 화해를 권고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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