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기자

이걸 왜 이제야 샀나 싶은 게 있다. 장맛비 내려 몹시도 꿉꿉하던 날, 마르지도 않은 옷을 거둬 입던 사람은 빨래 건조기가 보물 같다. 틈만 나면 예찬한다. 가득 찬 먼지통을 비우며 뿌듯해한다. 저녁상 생선을 굽다가 뜨거운 기름 튀어 손 좀 아파 본 사람은 에어프라이어가 반갑다. 닭 다리를 구울지 닭 날개를 요리할지 퇴근길 행복한 상상에 젖는다. 한때 제습기가, 힘센 무선청소기가 그랬다. 저기 휴대용 선풍기도 목록에 든다. 바람 세기 보잘것없대도 폭염경보 속 땡볕 아래 절절 끓던 아스팔트에 앉고 선 사람들에게 그만한 위안이 없다. 끼고 산다. 여름 한철, 스마트폰 자리를 넘본다. 거치대 짝지어 책상 위 한자리를 떡 차지한다. 구호 외치느라 쭉 뻗은 손에서 토끼며 고양이 모양 선풍기가 돈다. 덥다 덥다는데 굳이 길에 나설 이유 많은 사람들의 필수품이 됐다.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을 규탄하는 시위 무대에서 사회 보던 비행기 객실승무 노동자가 벤데타 가면을 벗고 신상을 밝혔다. 노조에 가입했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노조 가입과 집회 참여를 호소했다. 후회막급, 왜 이걸 이제야 알았나 싶어 후회되는 것들 목록에 장대비며 땡볕 막아 주는 노동조합 우산이 들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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