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역량강화교육' 명목으로 전 직원이 휴무일에 강제견학에 동원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의 모습.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병원 설립자 생일에 맞춰 직원들에게 부서별로 축하 동영상을 제작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체 직원들을 ‘서비스역량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설립자 개인 기념관을 강제로 견학시켰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근 갑질 증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항공사 오너들의 행태와 닮아 있다.

22일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에 따르면 가천대길병원 설립자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생일 맞춰 부서별로 직원들이 축하 동영상 제작에 동원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병원 'VVIP 병실'에서 회장이 피부관리를 받고 병원에 고용된 물리치료사와 영양사를 사적으로 불렀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또 지난해부터 '서비스역량강화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전체 직원이 인천 중구에 위치한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을 견학하는 연중행사가 실시되고 있다. 직원들은 휴일에 시간외근무수당도 받지 못하고 기념관에 강제로 불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가천대길병원 직원 700여명이 올해 4월 만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길병원 직원모임’을 통해 드러났다.

근로기준법 위반 의심 사례도 부지기수다. 출근시간은 기록하는데 퇴근시간은 기록할 수 없는 출퇴근 관리 관행으로 병원측이 시간외근로수당 없는 '공짜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올해 5월부터 전산시스템 교체로 인해 조기출근과 야근·휴일근로가 잦아졌지만 초과근로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픈채팅방에 모인 직원들은 병원측과 기업노조인 가천대길병원노조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0일 오후 인천 부평구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에서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지부장 강수진)를 설립총회를 열고 출범을 공식화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그동안 많은 갑질을 들어왔지만 가천대길병원의 갑질은 그 정도가 도를 넘는다”며 “새 노조는 갑질을 걷어 내고 공짜노동과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만드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강수진 지부장은 “가천대길병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 법인카드로 3억5천만원어치의 뇌물을 줘 부패사건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며 “전 직원의 뜻을 모아 갑질을 청산하고 노동이 존중받고 부패 없는 병원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의혹에 대한 병원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홍보실로 연락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가천대길병원에는 기업노조가 설립해 있다. 가천대길병원지부가 출범한 당일 기업노조인 가천대길병원노조는 15대 위원장 선거를 치렀다. 선거인단은 대의원 8명이 전부로 간선제다. 최정욱 위원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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