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ERA 2018 서울 세계대회 사무국
고용노사관계 세계적 석학들과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노동 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인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2018 서울 세계대회'가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개막식에는 60개 나라에서 방한한 고용노사관계 학자 1천여명이 참석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존 고용노사관계 틀을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동원 ILERA 회장은 개회사에서 "고용노사관계 학문을 확장시키자"고 제안했다.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연구가 집단적 노사관계에 치중됐는데, 이제는 새롭게 부상하는 노동문제들로 연구 초점을 옮기자는 주장이다. 김동원 회장은 "최근 새로운 고용관계가 플랫폼·기그(gig·일거리 중심의 일시적 계약근로경제) 경제를 통해 생기고 공유경제 확산 과정에서 새로운 노사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노사관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조직과 활동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데보라 그린필드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차장은 "지난 100년간 일하는 빈곤층은 줄어들고 사회보험 적용률과 노동안전보건 조치들은 향상됐지만 불평등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필드 사무차장은 "전 세계적인 공급사슬망 확장과 비표준근로계약 확산으로 우리가 이해하는 노사관계 틀도 달라지고 있다"며 노조 가입률 하락과 단체협상의 무력화 추세를 우려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경제민주화를 위한 고용노사관계의 발전이 필요한 때"라며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4월23일 노사정대표자회의 이후 석 달만에 한자리에 모인 우리나라 노사정 대표자들은 노동현안에 엇갈린 진단과 해석을 내놨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마치 모든 경제적 위기의 원인인 양 매도돼서는 안 된다"며 "일부 재벌 대기업이 사회적 부를 독차지하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경제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과 신자유주의 성장론자들의 거센 저항과 정부관료·정치인들의 기계적 중립주의가 포용적 노동정책과 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에 장애가 되고 있다"며 "이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정책 수단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난 70여년간 한국의 노동현실은 기업과 성장에 치우쳐 노동의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됐다"며 "분배의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향 설정과 더불어 담대한 실천이 동반되지 않으면 잘못된 과거에서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으며 노동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은 "기술 혁신에 따라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용 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금은 민주노총이 참석하지 않아 아쉽지만, 8년 만에 사회적 대화가 복원됐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과 특수고용직 보호방안 마련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ILERA 서울 세계대회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27일까지 이어진다. 157개 세션을 통해 노동고용관계학 논문 628편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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