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타계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생전 마지막으로 발의한 법안은 국회법 개정안이다.

이달 5일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고인이 강조했던 국회 특수활동비를 없애는 내용이다. 노 의원은 지난달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받은 3개월치 특활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회 특활비를 폐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 뒤 참여연대가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면서 특활비 논란은 더 커졌다. 이달 취임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폐지하거나 폐지될 때까지 대폭 감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매달 600만원의 특활비를 받는 것으로 확인된 상임위원장 중 이학재 정보위원장만 특활비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노회찬 의원이 국회법 개정을 위해 공동발의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12명의 발의자 중 절반이 정의당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주민·표창원·서형수 의원이 동참했다. 채이배(바른미래당)·김광수(민주평화당)·김종훈(민중당) 의원도 뜻을 함께했다. 노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11명이 노 의원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노회찬 의원은 유서에서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로부터 4천만원을 받았지만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밝혔다. 특활비 폐지까지 추진했던 노 의원은 후원절차를 밟지 않고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개인이 한 명의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은 1년에 500만원이다. 법인이나 단체 명의로 하는 후원은 금지된다.

이 때문에 재산과 인맥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후원금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당협위원장은 2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도가 사람을 죽였다”며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장했다. 한 여당 의원 보좌진도 자신의 SNS에서 “지킬 수 없도록 설계된 정치자금법이 가장 깨끗한 정치인이었던 노회찬 의원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현역은 물론 낙선한 정치인과 청년·여성 예비출마자들도 정치자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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