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고용노동부가 최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년 만에 13만3천명을 전환했거나 전환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실적만 강조하다 정책 취지는 실종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처우가 비정규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높다. 노동계는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짤 때 처우개선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량적 목표 달성 자랑 그쳐"=공공운수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단계적으로 차별을 해소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참아 왔다”며 “정부가 내년 공공부문 예산에 차별해소와 저임금 해소·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편성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실행 1년 실적을 발표했다. 정부가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제시한 목표 20만5천명의 64.4%인 13만3천명을 전환했거나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전환 목표가 아닌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인원으로 보면 42만1천여명 중 13만3천여명으로 전환율이 31.5%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3분의 2가 전환에서 누락됐거나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노조는 정부가 실적으로 내놓은 13만3천명의 처지도 별반 나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수량적 목표 달성이 아닌 정책 취지에 맞는 목표 달성이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처우개선과 차별해소 없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무분별한 자회사 남발로 간접고용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규직 전환? 우리에겐 남의 나라 얘기”=학교와 우정사업본부 소속 비정규직과 한국마사회·발전사 용역노동자들 증언이 이어졌다. 김영애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은 “정규직 전환에 희망을 건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결국 요란한 말잔치뿐이었다”며 “더 이상 노동자를 기만하는 정부가 되지 않도록 처우개선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사 간접고용 노동자인 송상표 노조 금화PSC지부장은 “노동부가 13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발표했을 때 남의 나라 얘기라고 생각했다”며 “발전사와 정규직 전환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산업통상자원부와 노동부에 찾아 갔지만 기관에서 알아서 하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송 지부장은 “노동부가 공공기관 지도·감독을 제대로 해 달라”고 라고 촉구했다.

정규직과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던 '정규직 임금 대비 80%'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중원 노조 우편지부장은 “우정사업본부에는 과거 정규직이 했던 일이지만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위탁전환하거나 계약직·특수고용으로 사용하는 비정규직 1만5천여명이 우편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말로만 정규직 전환이라고 하지 말고 처우개선 현실화를 위해 정규직 대비 80% 임금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순회투쟁을 예고했다. 9월 초까지 발전사·국립대병원·마사회·잡월드·한국가스공사 등 쟁점기관을 순회하며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한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9일 차별해소 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조는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집행과 정책 보완을 요구하는 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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