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노동자 혹은 유족의 산업재해 입증을 위한 자료 제출 요구권을 보장하고 사업주 의무사항으로 명시하라고 권고했다. 질병의 업무관련성 입증이 어려운 사건은 국선노무사제도를 도입해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추진하라는 내용을 권고안에 포함했다.

"산재노동자 알권리 보장하라"

1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산업안전 분야 4개 과제에 대한 개선 권고안을 내놨다. 4개 과제는 △산재보상 △산업안전보건 지도·감독 △원청의 산업안전보건 책임 △안전보건 행정인프라다. 개혁위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 56쪽 가운데 24쪽을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할애했다. 그만큼 개선과제가 많았다.

개혁위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116조(사업주의 조력)를 개정해 산재노동자(유족)의 자료 제출 요구권과 사업주 의무를 법으로 명시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노동자들처럼 산재 입증을 위해 장기간 소송을 해야 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다. 개혁위는 업무와 질병 간의 상당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운 사건은 국선노무사를 선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신설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근로복지공단에는 산재신청 처리 과정과 결과를 제때 알 수 있도록 산재노동자 알권리를 보장하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산재보상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라고 주문했다.

"재해조사에 노동자대표 참여시켜야"

개혁위는 "고용노동부가 사업장에서 형해화돼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법적 요건에 부합한 사람으로 선임됐는지, 사업주가 안전·보건관리자가 제대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지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대상 사업장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개혁위는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이 재해조사를 할 때 노동자대표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감독대상 사업장에 하청업체 노동자가 있다면 하청업체 노동자대표도 참여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라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 감독은 불시감독을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중장기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추진"

눈에 띄는 것은 개혁위가 산업안전보건업무 전문성을 고려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라고 권고한 대목이다. 개혁위에 참가한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공학)는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은 관련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단 2주간 교육을 받고 현장에 나간다"며 "산업안전의 '산'자도 모르는 공무원들이야말로 산업안전보건 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비판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무원들이 면피성 근로감독을 하는 데다, 재해예방 조치가 형식적으로 진행되면서 중대재해가 되풀이된다는 설명이다.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제별위원회인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다루는 의제 중 하나다. 노사 모두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에 찬성하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개혁위 권고가 현실화하려면 노사와 전문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는 전문성과 행정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개혁위는 이와 함께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 강화를 위해 과태료에 그치는 처벌 조항을 형사처벌로 상향하라고 권고했다. 노동자성 판단이나 불법파견 법리를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해 실질적인 노동관계에 입각한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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