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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서 노동자를 지키자

기사승인 2018.08.0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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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에어컨이 없으면 잠시도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숨만 쉬고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솟는다. 겨우 7월을 버텨 냈으나, 아직 8월은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 남은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뉴스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폭염시 건강관리 요령’ ‘농작물 피해’ ‘축산 농가의 위기 상황’ 등. 폭염은 인간을 포함해 이 시간을 버텨 내는 모두에게 재앙·재난이 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들어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시작한 5월20일부터 7월30일까지 집계에 따르면 열탈진·열경련·열사병 등 온열환자가 벌써 2천200여명을 넘어섰다. 그중 사망자가 28명(7월30일 기준)이나 된다. 지난해 여름 발생한 온열환자는 1천574명으로, 올해 7월30일까지의 집계만으로도 700명이나 많은 온열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7월 마지막 한 주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가 907명, 사망자는 13명이다. 8월에도 당분간 폭염이 지속된다고 하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폭염에 희생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러 대책이 필요하겠으나, 무엇보다 옥외작업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6월 고용노동부가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를 통해 열사병 예방을 위한 3대 수칙으로 물·그늘·휴식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옥외작업 하면 떠오르는 대상인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토목건축 현장 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7월20일부터 22일까지 스마트폰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살펴보면 매우 심각한 현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폭염 관련 정부 대책을 들어 보지 못한 건설노동자가 76%를 넘고 있다.

건설현장 폭염과 관련해 마련된 법·제도로 산업안전보건법 24조(사업주의 보건조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적정 휴식시간 및 그늘진 휴게장소를 건설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하는데도 설문 결과에 따르면 노동자 73.7%가 “아무데서나 쉰다”고 답했다. 그늘지거나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은 26.3%에 불과했다.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가 폭염단계(예비단계·주의보·경보)에 따라 폭염경보(35℃)시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작업중지 등의 조치를, 기온이 섭씨 38도 이상이면 시간대와 관계없이 일체의 작업 중단 필요성을 안내하고 있으나 85% 노동자가 기온에 따른 별도의 작업중지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이드가 강제성이 없는 권고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도 있지만 내용 또한 문제가 있다. 온열질환 예방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탄식이 나올 상황이기 때문이다. "폭염주의보(33℃) 발령시에는 시간당 10분씩, 폭염경보(35℃) 발령시에는 15분씩 휴식" 지침은 습도가 높은 한국 여름 기상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 기온을 기준으로 제안한 것이라는 한계뿐 아니라 휴식 제공 기준이 되는 기온 또한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있다.

군대와 비교하면 어떨까.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217조는 "온도지수가 29.5도를 초과하면 실외 군사활동 시간을 단축하거나 군사활동을 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육군규정에는 이를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26.5~29.4도에는 신병훈련시 각별히 유의 △29.5도에는 행군 및 과도한 훈련 지양 △29.6~30.9도에는 옥외훈련 조정 실시 △31도에는 옥외훈련 제한 및 중지 △31.1~32도에는 1일 6시간 이내의 제한된 활동 △32도 초과 때는 경계작전 등 필수적인 활동만 실시하도록 했다. 단순하게 비교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얼마나 가혹하고 잔혹한 기준에 내몰려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노동부는 기상청의 ‘실외작업자 단계별 폭염 대응요령’을 비롯한 여러 폭염대책을 참고해 당장 현실에 맞게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강화된 지침과 더불어 노동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관리·감독이다. 노동부는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를 제출하며, 열사병 사망이 발생하면 즉각 작업중지를 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는데 이는 사실상 사람이 죽어야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으로 책임방기에 가깝다.

사망사고 발생 전, 휴식시간, 휴식장소, 물과 보냉 장비 제공 등에 대한 집중감독이 필요하다. 또한 일당이나 건당 수수료 체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계보호를 위해 유급으로 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최소한 관공서·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의 경우 폭염 기간 노동시간단축을 고려해 공사기간 연장을 승인하고, 민간 공사는 정부가 원청 건설사들을 불러 공사기간 연장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노동부 각 지청은 제조업 현장의 고온·고열 작업에 대해서도 즉각적인 실태조사와 실효성 있는 조치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가 스스로 말하듯 지금의 폭염은 ‘특수재난’이다. 이제라도 적극 대처해야 한다.

손진우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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