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도로공사 용역노동자들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앞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공공연대노조>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라 파견·용역을 비롯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방식이 속속 결정되고 있다. 간접고용 규모가 큰 공공기관을 살펴봤더니 대부분 자회사 방식을 택했다. 직접고용 인원은 소수에 그쳤다.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시스템(public.moel.go.kr)에 따르면 간접고용 인력이 많은 공공기관은 한국전력·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공항공사·국민건강보험공단이었다.

직접고용 결정 비율 30%·15%·7%·0%

5일 현재 자회사 설립 방식을 도입한 곳은 한전·인천공항공사·코레일·한국공항공사다. 건강보험공단은 아직 전환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

직접고용 결정 비율이 가장 높은 기관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모델 사업장인 인천공항공사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1만여명 중 30%인 3천여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7천여명은 자회사 2개를 설립해 고용한다.

한국공항공사는 4천200여명 중 7%를 직접고용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간접고용 9천여명 중 15%(1천432명)를 직접고용한다. 나머지 용역 노동자들은 코레일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한다.

한전은 최근 전기검침원 5천200명을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콜센터·시설관리·청소·경비 등 4천여명의 전환 방식은 결정하지 않았다. 직접고용 인원은 없다. 건강보험공단은 전환방식을 논의 중이다.

자회사 방식 유도한 정부

공공기관들이 자회사 방식을 선호하는 것은 예견된 결과다. 정부는 지난해 7월20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 노동자는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정했다. 반면 파견·용역 노동자는 직접고용·자회사·사회적기업 중 기관별로 전환방식을 정하도록 했다. 원청이 부담스러워하는 직접고용 확대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셈이다.

노동부는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1주년을 맞아 지난달 발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사례집에서도 '바람직한 자회사 설립·운영'을 주요 테마로 설정했다. 사례집에는 “파견·용역 근로자들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튼튼한 자회사 설립으로 실현하다”라는 문구와 함께 인천공항공사·한국조폐공사·여수광양항만공사가 우수사례로 소개돼 있다.

직접고용 요구하는 노조, 자회사 고수하는 원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12일 인천공항을 방문했을 때 인천공항공사는 용역업체 이윤율과 일반관리비를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사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런데 자회사를 설립하면 일반관리비가 소모되는 탓에 처우개선이 제한적이다. 원청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하는 간접고용 문제도 남는다. 자회사 방식에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한국공항공사 노·사·전문가 협의회에 참여했던 손경희 공공연대노조 서경지부 강서지회장은 “이윤율과 일반관리비가 10%라서 그만큼 임금인상 효과를 기대했다”며 “현장 근무인원은 그대로인데 자회사 관리직만 불필요하게 늘어 처우개선은커녕 임금 저하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연대노조는 산하 사업장 중 한국도로공사·한국공항공사·한전·한국수력원자력·자산관리공사·IBK기업은행에서 '자회사 대 직접고용'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는 23일 공공기관 자회사 전환 중단과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투쟁선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노조는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회사일 뿐”이라며 “자회사 전환에 따른 폐해를 모아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투쟁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