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도날드 배달노동자와 노동건강연대 등 연대단체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국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폭염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통풍이 안 되는 유니폼을 입고 배달합니다. 더워서 죽을 것 같아요. 그늘에서 쉬고 싶지만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매장에서 ‘어디냐’고 전화가 옵니다. 날씨가 더울수록 주문이 늘어나기 때문에 쉴 수가 없어요.”

사상 최악의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배달노동자들은 아스팔트 위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고스란히 받는다. 수년째 맥도날드 배달노동자(라이더)로 일하는 A씨는 폭염수당과 하계 유니폼 지급을 요구한다.

맥도날드 라이더 유니폼은 청바지다. 청바지를 입고 무릎과 팔꿈치에 보호대를 찬다. 온몸이 금세 땀으로 흠뻑 젖는다. 땀에 전 청바지 무게가 만만찮다. A씨는 “더운 날씨에 차량이 뿜어내는 열기까지 받으며 배달해야 한다”며 “현기증이 나도 주문이 밀린 탓에 다시 배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헬멧과 선글라스·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A씨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맥도날드 본사 앞에 섰다. 지난달 25일부터 서울지역 맥도날드 매장을 돌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라이더 박정훈씨와 함께였다. 이들은 폭염수당 100원과 청바지 유니폼 교체, 폭염시 배달제한을 요구하며 맥도날드 본사에 면담을 요청했다.

맥도날드 라이더는 시급 외 배달 한 건당 400원의 수당을 받는다. 비나 눈이 오면 100원이 추가된다. 박정훈씨는 “맥도날드가 지난해 여름 동안 수고했다며 직원들에게 컵라면과 사탕을 나눠 줬다”며 “우리는 컵라면이 아닌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염시에도 수당 100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은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데도 아스팔트가 노동현장인 노동자,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정부와 기업이 자연재해에 준하는 기후변화에 대비해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는 노동자 작업중지권과 사용자 처벌 강화를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가 고열·한랭·다습 작업을 하거나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장소에서 일하는 경우 휴게시설을 마련하고 적절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최 노무사는 “벌칙규정이 없다 보니 휴게시설 설치와 휴식 보장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사용자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폭염을 유해위험작업에 추가하고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씨는 패스트푸드업계 라이더와 배달대행업체 노동자가 참여하는 라이더유니온 출범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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