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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은산분리 정책] 문재인 대통령 "인터넷전문은행에 기업이 투자 확대할 수 있어야"

기사승인 2018.08.08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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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데이터 활용·은산분리 반대' 대선공약 후퇴하나 … 노동·시민·사회단체 "금융정책 방향 잃어"

   
▲ 청와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막는 규제인 은산분리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완화 추진의사를 밝혀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여당이 대선공약을 잇따라 파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 줘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부흥회?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등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인터넷전문은행·핀테크기업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행사는 출범 1년이 지나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하려는 정부 차원의 부흥회를 연상케 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각각 838억원과 1천4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마지막 발언에서 "규제개선과 경쟁을 통해 보다 큰 혜택을 국민과 금융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금융혁신의 목표"라며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빅데이터 발전정책을 추진하고 금융혁신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입법논의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은행 지분을 34~50%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제·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10%(의결권 행사 한도 4%)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살려서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금융위 자료를 종합하면 새로운 금융상품·서비스 개발, 금융권 경쟁·혁신 촉진, IT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

정부의 금융산업·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정책은 대선공약 파기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위는 올해 3월 금융 분야 빅데이터를 기업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비식별 개인정보 사전동의' 같은 보호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때 추진했다가 도입하지 못한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을 규제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또 대선공약집에서 은산분리와 관련해 "인터넷전문은행 등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은산분리 규제를 담은 은행법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만큼 은산분리 완화 관련법이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은 금융 분야와 신산업 혁신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회가 나서 입법으로 뒷받침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관련법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들을 불러 정부 정책에 동의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노동·시민·사회단체 "박근혜 실패정책 되풀이하나"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야당 움직임도 분주하다. 참여연대·경실련과 정의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규제완화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고 정부 정책을 반박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은산분리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고객과 총수 일가의 이해충돌과 은행이 재벌 사금고가 되는 문제 외에도 은행업을 이용한 제품시장에서 불공정한 경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며 "은산분리 규제와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이 서로 무관한 이슈인데도 정부가 이를 동일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정책실패 사례인 인터넷전문은행을 인정해 주는 금융정책을 폈고 끝내 은산분리 완화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특혜 의혹이 있는) 케이뱅크 인허가 당시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100% 소유하는 자은행으로 인수해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교수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발상은 허구"라며 "IT산업 고용촉진을 위해서도 기존 은행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케이뱅크·카카오은행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두 은행 전체 임직원은 각각 265명과 390명에 불과하다.

금융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와 국회 움직임에 따라 기자회견과 간담회를 열어 은산분리 완화 문제점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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