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림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8.7.5. 선고 2018누31308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스키장 운영 등 관광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고, 피고보조참가인 노동조합은 원고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해 설립된 기업단위 노동조합이다.

박아무개씨는 스포츠영업관리팀 팀장, 임아무개씨는 스포츠영업관리팀 내 스포츠관리파트 파트장 지위에 있으면서 각 2015년 12월께 참가인 조합에 가입했다. 원고의 대표이사는 인사팀장에게 임씨가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해 참가인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대표이사와 인사팀장은 2015년 12월 말께부터 2016년 1월 중순께까지 각 두 차례씩 임씨를 만나 “시간외수당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 파트장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조에 가입해 있다면 탈퇴하는 관행이 있다.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인사발령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임씨가 참가인 조합을 탈퇴하지 않자, 원고는 2016년 2월께 임씨의 파트장 직책을 면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인 임씨에게 참가인 조합을 탈퇴하도록 종용한 것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했으며, 원고는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임씨가 사용자 등 지위에 있다고 봐 설령 원고가 임씨에게 노조탈퇴를 종용했다고 하더라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고가 임씨에게 노조탈퇴를 종용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하지 않은 채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2. 판결의 요지

가. 노조법상 사용자 등 지위 판단 기준

이에 대해 대상판결(서울고법 행정7부)은 원심판결과는 달리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비춰 임씨가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원심판결은 임씨가 파트장 지위에서 15명의 파트원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임씨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했지만, 대상판결은 임씨가 팀장인 박씨의 지휘·감독을 받기 때문에 파트원에 대한 업무지휘권은 통상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봐 사용자 지위를 부정했다. 또한 대상판결은 임씨의 관리 업무는 파트장으로서의 업무 중 20% 정도에 불과하고, 주된 업무는 리프트 관리·정비 등인데 노동조합 활동과의 사이에 실질적인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봐 사용자 지위를 부정했다.

임씨가 박씨 관여 없이 리프트 관리에 관한 물품을 구매하거나 보고 업무를 수행했더라도 이는 전문적 역량이 요구되는 리프트 관리업무 특성상 실무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고, 박씨의 대행으로 주간회의에 참석하는 경우에는 재무·인사 등 기밀 사항이 삭제되고 그 내용이 평사원들에게도 공유된다는 것도 임씨의 사용자 지위를 부정하는 근거가 됐다.

원심판결은 원고가 팀장과 파트장을 다른 일반 직원과 구분해 관리자급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점을 들어 임씨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했지만, 대상판결은 원고가 팀장과 파트장을 다른 일반 직원과 구분해 관리자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노조법상 사용자 등 해당 여부는 일정한 직급이나 직책 등에 의해 일률적으로 결정될 것은 아니라고 해서 이를 배척했다.

나. 본 사안에서 드러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양태

대상판결은 대표이사와 인사팀장이 임씨가 시간외수당 때문에 참가인 조합에 가입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임씨에게 “파트장은 관리자로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않는 관행이 있고 시간외수당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임아무개의 입장에서는 참가인 조합을 탈퇴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원고에는 참가인 조합에서 탈퇴하면 파트장 등 직책을 부여하거나 파트장 등 직책이 부여되면 참가인 조합에서 탈퇴하는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해당 발언은 ‘임씨의 파트장 직책을 유지하기 위해서 참가인 조합의 탈퇴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판단했다.

대상판결은 대표이사 등이 임씨에게 노동조합 가입에 관한 발언을 한 것이 참가인 조합에 대한 탈퇴 종용이라고 판단한 뒤, 노동조합이 결정할 사항인 조합원 자격에 관해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개별 조합원과 접촉해 조합가입 사실을 언급하거나 기존 직책과 연계해 탈퇴를 종용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조합원인 임씨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침해하는 것이고, 참가인 조합의 자율적인 운영권을 침해하거나 간섭하는 것으로 봐 원고의 참가인 조합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3. 판결 평가

중앙노동위는 박씨가 그 소속 파트원들의 주 휴무계 등에 대한 전결권을 가지고 있었고, 임씨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박씨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고 임씨의 경우는 부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삼았다.

대상판결과 원심판결 또한 임씨가 위의 전결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도 대상판결과 원심판결은 임씨의 사용자 지위 인정 여부에서 판단이 갈렸는데, 이는 전결권의 유무 외에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하는 과정에서 시각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심판결은 파트장이라는 지위, 소속 파트의 규모 등 형식에 집중한 것에 반해 대상판결은 임씨와 박씨 사이의 지휘·감독 관계, 임씨의 업무 내용 등 실질에 집중한 것에서 차이를 보였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원고 사업장에 있었던 관례, 임씨의 노조가입 경위, 당사자 간에 오간 대화 내용,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한 과정 등에 비춰 사용자가 조합원에게 직접적으로 노동조합에서 탈퇴할 것을 종용한 행위뿐만 아니라,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위(시간외수당 미지급)를 파악하고 이를 제거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노조에서 탈퇴하도록 한 행위까지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대상판결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개별 조합원에게 접촉해 조합원 자격에 대해 언급한 것 자체만으로도 노동조합의 자율적인 노조 운영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간 법원은 부당노동행위의 증명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채 사용자의 노동조합 운영에의 지배·개입 의사가 증명되지 않거나 사용자의 행위를 변명할 수 있는 다른 사정이 있다면 대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부정해 왔다.

그러한 추세에서 대상판결은 법원이 다소 엄격하고 좁게 인정했던 부당노동행위 범위를 넓힌 사례로 볼 수 있다. 당시 부당노동행위 피해자였던 참가인 조합과 조합원 임씨 입장에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자 노력한 점이 인상 깊으며, 더욱 간접적이고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지하고 단속할 수 있는 선례로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가 더욱 고무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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