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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 압도적으로 가결된 까닭

기사승인 2018.08.09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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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경쟁·고용불안·노동 3권 형해화 삼중고 … "사용자·정부에 할 말 있다는 뜻"

   
▲ 금융노조가 2년 만에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는 2016년 9월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을 했다. 올해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는 당시 투표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료사진>
금융노조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찬성률 93.1%로 가결됐다. 금융노조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사용자들과 정부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며 입장변화를 요구했다.

조합원 82.2% 투표해 93.1% 찬성

노조는 지난 7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조합원 9만3천427명 중 7만6천778명이 참여해 투표율 82.2%를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투표 참여 조합원 중 7만1천447명(93.1%)이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투표율과 찬성률은 노조가 예상한 것보다 높았다. 노조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성과연봉제를 저지하기 위해 2016년 7월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고 같은해 9월23일 총파업을 했다. 정부와 전면전을 각오하며 노조가 사활을 걸었던 당시 투표율과 찬성률은 각각 86.8%, 95.7%였다. 금융권 휴가기간에 실시한 이번 투표 결과가 2년 전과 차이 나지 않는다.

조합원들이 파업 전선에 나서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조가 산별중앙교섭에서 제시한 주요 요구안을 보면 사용자와 정부를 향한 실망감이 엿보인다.

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산별중앙교섭은 올해 4월1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5차례 교섭 끝에 결렬됐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기간에도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사용자협의회는 "조정안을 마련해 보겠다"는 중앙노동위 공익위원들의 제안마저 거부했다. 과당경쟁 해소·임금피크제 개선·노동시간단축 조기 실시에 대한 이견이 컸다.

노조에 따르면 2008년부터 최근까지 금융노동자 과로사는 160건이다. 노조는 은행들이 직원 성과평가에 활용하는 핵심성과지표(KPI)가 과당경쟁을 초래하고, KPI가 인사에 반영되면서 조기퇴직을 불러오는 체계가 과로를 부추긴다는 입장이다. "점심시간 1시간은 점포 문을 닫자"는 이색적인 요구안은 과당경쟁과 연동돼 있다.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사용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노동시간단축 문제는 복병이다. 금융산업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내년 7월1일부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노동시간단축 연착륙을 위해 금융업 노사에 조기 도입을 독려했다. 사용자들도 조기 시행에 동의하면서 순조로울 것 같았던 노동시간단축은 막상 산별교섭이 시작되자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용자협의회는 IT 부서와 자금관리·탄력점포는 주 52시간제 예외로 하자고 요구했다. 노조는 "예외를 인정하면 주 52시간을 적용받는 노동자가 소수에 그친다"고 거부했다. 노조에 따르면 은행원은 하루 평균 11시간, 연간 2천750시간 장시간 노동을 한다.

"핵심 요구안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파업"

과당경쟁 해소·노동시간단축·비정규직 처우개선을 담은 노조 요구안이 사용자와의 문제라면 국책금융기관 노동 3권 보장과 고용안정 요구는 정부 책임에 속한다.

노조 산하 금융공공기관지부는 사실상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지침이나 예산을 쥔 기획재정부 결정에 따라 임금·복지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다. 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산별협약을 체결하더라도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가 공공기관 노동 3권 보장을 위해 정부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자고 제안한 것"이라며 "노정 대화가 진행되면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60세 이전 임금피크 진입 금지를 요구했던 노조는 중앙노동위 조정회의에서 사업장별로 돌입시기를 2~3년 늦추자고 수정제안을 했다. 55세에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사업장은 57~58세로 하고, 퇴직시기와 국민연금 수령시기를 맞추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노조 요구에 제동을 걸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5월 기자간담회와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 희망퇴직을 장려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 냈다. 그는 "희망퇴직 대상자에게 퇴직금을 많이 주면, 10명이 퇴직할 때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퇴직금을 올리는 것을 권장하고 인센티브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적정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퇴직을 유도하라는 의미다.

노조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노조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요구안 관철을 위한 총력투쟁을 선언한다. 최근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확인한 장시간 노동 실태를 공개하고 사용자와 정부를 대상으로 요구안 수용을 촉구한다.

노조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 금융정책도 비판한다. 노조 관계자는 "비대면거래를 늘리는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는 은행노동자의 고용과 직결된 문제라서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할 것"이라며 "금융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고 사용자와 정부에 핵심 요구안 수용을 촉구하는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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