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직국장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런데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당하는 의료 공공기관인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에서는 이렇다 할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병원 하청노동자들은 “1년 동안 희망고문을 당했는데, 정규직이 되기는 되는 거냐”고 묻는다. 최근 일부 원청 병원들은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자회사 설립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병원 하청노동자들이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와 정규직 전환 방향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캐나다 토론토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인터뷰를 하고 캐나다 보건의료체계를 연구했다. 의사와 노동조합, 병원관리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캐나다 보건의료체계와 병원 상황, 병원 노동자 노동조건 등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나누고 한국 상황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분들이 경악했던 한국 상황은 바로 병원 비정규직에 관한 얘기였다. 한국에서는 병원의 청소·경비·주차 직종이 대부분 외주화돼 있고 병원 소속이 아니라고 했더니, 어떻게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 그럴 수 있냐고 반문했다. 캐나다에서도 병원 청소영역을 외주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캠페인 등을 통해 막아 냈다고도 했다. 병원 청소는 다른 건물과 달라서 감염문제를 비롯해 전문적인 영역으로 다뤄져야 하며 이는 환자에 대한 직접책임이 있는 병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병동 환자들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불안하다.”
“어떤 질환인지, 뭘 조심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청소노동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있어도 되는 건가?”
“마스크를 주지도 않으면서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얼마 전에도 에이즈 환자의 주삿바늘에 찔리는 사고가 있었다.”
“대걸레를 빠는 과정에서 주삿바늘에 찔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의 증언을 보면 하나같이 안전문제를 걱정한다. 병원 비정규직 문제를 다룰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병원에 비정규직이 많아질수록 병원은 안전한 공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병원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대상이나 관리·감독대상에서 제외됐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이미 증명됐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마스크 하나 지급받지 못했고 자기도 모르는 새 감염원이 돼 메르스를 전파하고 있었다.

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어떤 병원을 원하냐고 질문을 하면 “우리 병원이 누구에게나 안전한 병원으로 신뢰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한 병원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빠질 수 없다고 대답한다.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노동환경이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몸으로 익히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을 담보받지 못하는 노동조건에서 내 몸이 망가지는 것, 그 몸으로 환자들을 대면하고 병원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을 매일 매순간 느끼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에게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관리자 살생부에 적히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고, 엘리베이터 앞에 잠시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벌을 서고, 새벽같이 나와 굶주리며 일하는 것들이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가능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포함해 문제 되지 않는 것이 없지만 무엇보다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 ‘차별’을 받지 않는 것,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는 것. 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의 가장 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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