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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노동존중 사회’

기사승인 2018.08.2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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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이제는 알 만하다. 그가 실현하겠다고 한 ‘노동존중 사회’가 무엇인지 알 만하다. 지난 1년3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어떤 것인지 분명해졌다. 확실히 달랐다. 기업·사용자를 중시하던 이전 정권과 다르게 행동해 왔다. 그는 취임 3일째인 지난해 5월12일 첫 현장방문지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는 파격을 연출했다. 그 직후인 같은해 7월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20만5천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 규모와 의지는 명백히 이전 정권의 그것과 다른 것이었다.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제빵기사 5천300여명 직접고용 지시를 통해 민간부문에서 불법파견 근절의지도 보여줬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는 최저임금도 2018년 7천530원으로 16.4% 인상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 이행의지를 보여줬다. 주 52시간을 상한으로 한 노동시간단축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올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종전 26개 업종이던 특례업종도 5개로 대폭 축소했다. 원청의 산재 책임을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을 추진하고, 직업성암 같은 산업재해 입증책임 개선방안 마련을 추진하는 등 산업재해를 줄이려는 노력도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9월에는 박근혜 정권의 2대 지침(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폐기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에서 삼성 등 사용자 자본에 대한 수사를 통해 부당노동행위 엄단의지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억압하고 규제하는 것에서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이전 정권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던 ‘노동존중 사회’가 무엇인지 알 만했다. 그래서였겠지. 올해 1월31일에는 첫 번째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열렸다. 민주노총까지 참여해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사회적 대화 분위기가 완연하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노동을 경시 내지 멸시하던 권력의 세상은 더는 아니라고 말할 만하게 됐다.

2. 그런데 말이다. 그렇더라도 곰곰이 살펴볼 일이다. 오늘 이 세상을 노동의 세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 도대체 이 문재인의 노동존중 사회가 무엇인지 살펴볼 일이다. 도대체 얼마나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인 것인지 노동자는 두 눈을 부릅뜨고 따져 볼 일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아직도 추진 중일 뿐이다. 상시·지속업무 20만5천명의 정규직 전환을 말했지만, 그중 일부만 해당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 전환이라고 발표한 것도 자회사 고용 방식이나 경쟁채용 도입, 비정규직 경력 불인정, 임금 등 노동조건 차별이 드러나고 있다. 그야말로 기존 정규직과 아무런 차별 없이 해당 공공기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오히려 드문 지경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요구해도 비용 등을 탓하며 기존 정규직과 비교해 고용·처우를 차별하는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느라 공공기관마다 골머리다.

국가 권력의 의지를 관철하기가 쉬운 공공기관이 이 지경이니 민간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도록 신호를 줘서 파급시키겠다는 건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기껏해야 파견법 위반 사업장 사용자에게 법대로 직접고용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정도다. 적법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오늘 문재인 정부에서 기간제·파견 및 하도급·특수형태고용 등 비정규직 규모 감소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제시하고, 상시·지속업무 및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만 직접 고용하며, 출산·휴직 결원 등 예외적 경우에만 비정규직 사용하도록 하는 ‘사용사유 제한 제도’ 도입으로 비정규직 진입 입구를 규율하고,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하는 대기업에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도입하겠다던 비정규직 공약(나라를 나라답게, 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76면)을 이행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도대체 이를 위한 어떤 행동과 의지도 오늘은 찾아볼 수가 없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을 발표한 거 말고는 없다. 비정규직 공약을 이행하려면 마땅히 파견법·기간제법 등 비정규직법 개폐에 나서야 한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이를 위한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발의했다는 소식은 없다.

지난해 대폭적인 인상 이후 사용자 자본의 거센 저항으로 최저임금 인상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내년 최저임금이 8천350원으로 정해져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은 사실상 이행이 어렵게 됐다. 고용절벽 등 암울한 경제지표 앞에서 그나마 올해 10.9%를 인상했다는 걸 평가해야 할 처지로 몰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진심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최저임금 인상률 저하로 문재인의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까지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범정부 차원에서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들에 대한 세금감면 및 지원제도 확대 등 보호·지원방안을 함께 마련해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겠다던 공약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저항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 아쉽다.

노동시간단축 공약은 주 52시간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추진되는 지경이다.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 52시간제가 올해 7월부터 사업장 규모에 따라 시행에 들어갔다. 문재인은 “연장근로(휴일을 포함)를 포함한 법정근로시간 주 52시간 상한제 전면이행”을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다. 기존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1주에 12시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해서 주 52시간을 상한으로 한 근로시간제를 규정하고 있었다.

다만 노동부가 1주일에는 일요일 등 휴일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을 하고 노동행정을 했던 것이 문제였다. 졸지에 주 5일제에서 일요일·토요일 근로까지 주 68시간까지도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근로시간제가 되는 것이고, 이렇게 이 나라에서 수십 년간 법정근로시간제는 무력화됐다. 그래서 문재인의 공약은 이런 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바로잡겠다는 것으로 나는 읽었다. “연장근로(휴일을 포함)를 포함한 법정근로시간 주 52시간 상한제 전면이행”을 하겠다는 공약을, 법을 개정해야 ‘전면이행’을 하겠다는 것으로 나는 그의 공약을 읽을 수는 없었다. 분명히 이 ‘주 52시간제 상한제 전면이행’을 하겠다고 공약했던 것이고, 그것은 기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집행하겠다는 공약이었다.

하지만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 등과 의기투합해 주 52시간제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하고 말았다. 기존 근로기준법은 휴일을 제외하고서 1주일이 5일, 6일이라는 노동부 행정해석이 타당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황당한 입법이었다. 모든 것은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 그 직후 선고된 휴일근로 중복할증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런 근기법 개정을 근거사실의 하나로 적시하면서 노동자 중복할증 청구를 부정하고 말았다. 이런 식의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추진방안은 이미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법안에서 정한 것이었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는 단지 시간을 끌다 뒤늦게 추진한 것이 돼 버렸다. 분명히 시간은 충분했다. 취임한 직후 노동부 장관을 임명하고서 장관으로 하여금 엉터리 행정해석을 폐기하도록 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도 하지 않았다.

사실 2대 지침 폐기는 법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공정인사 지침·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은 노동부가 사용자들에게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에 관해 안내한 것이었다. 노동부 나름대로 법과 판례 기준에 따라 안내한 것이다. 그 내용이 법에 반한 것이면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이니 노동자는 무시하면 그만인 것이고, 그것이 법과 판례에 따른 것이라면 그런가 보다 하면 그만인 것이었다. 그런데도 신경이 쓰였다. 사용자가 일단 그대로 사업장에서 일을 벌일 테니 당하는 노동자는 그것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9월 이들 지침 폐기 발표에 노동자들이 환영했던 것이다. 법적으로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인데도 말이다.

3. 확실히 문재인 정권에서는 노조 조직,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높이 평가해 주고 싶다. 그런데 이상하다. 노동조합을 설립해서 단체교섭을 하고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행사를 제한·금지하는 법률로 존재하고 있다. 이 법으로 이 나라에서 노동자에게 노동조합 등으로 단결해서 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할 자유, 즉 단결의 자유와 파업의 자유는 부정당하고 있다. 자유가 아니라 예외적으로 국가에 의해 허용될 뿐이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수많은 수사가 있었다. 각종 행사 연설에서, 국무회의 내지 청와대 회의에서 노동자를 위하는 말이 있었다. 그뿐이었다. 진정 이 나라에서 노동자를 위한다면, 노동자가 단결해서 행동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권력은 이 나라 노동자들에게 노동을 존중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취임하고서 1년3개월 동안은 그렇지 않았다. 비정규직법 개폐도, 노동기본권 행사 보장을 위한 노조법 개폐도 없는 문재인의 ‘노동존중 사회’였다. 말로는 노동자권리·노동기본권을 위한 공약을 이행할 수는 없다. 행동으로 이행에 나설 때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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