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고용노동소위(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모두 자유한국당 의원이 도맡게 되면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 등 노조할 권리 법제화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소위에서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 의원이 처음으로 배제됐다. 보수야당이 주도하는 노동법 후퇴를 막기 어려워진 모양새다. 이런 환노위 구성안에 합의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사정은 ILO 협약 비준 노동법 합의 준비하는데

23일 정치권과 노동계에 따르면 환노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고용노동소위원장에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간사), 환경소위원장에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간사), 예산결산심사소위원장에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간사), 청원심사소위원장에 같은 당 김동철 의원을 선임하는 내용의 ‘소위원장 선임 및 소위원회 구성의 건’을 통과시켰다.<표 참조>

임이자 고용노동소위원장과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국회 노동입법 과정을 자유한국당이 좌우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개정이 가능하겠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0일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를 발족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에 필요한 의제와 법률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실직자·구직자·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쟁의행위 손해배상·가압류 남용 제한 같은 노조할 권리 보장을 약속했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는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안 처리가 가능하도록 9월까지 합의문을 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환노위 키는 자유한국당으로, 이정미 의원도 배제

노사정이 합의문을 도출해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지금의 환노위 구성으로는 입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야 3당 간사는 20대 국회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 고용노동소위 인원을 10명에서 8명으로 줄이면서 비교섭단체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을 배제했다. 이 의원은 노동법 개악 저지와 노조할 권리 법제화에 적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그는 올해 상반기 고용노동소위에서 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산입범위 확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 개악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여야 3당이 고용노동소위 인원을 10명으로 복원하거나 야당 몫을 늘리면 된다”며 “두 방법 모두 안 되겠다면 집권여당이든 보수야당이든 정의당 참여방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도 저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정의당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저의로밖에 읽히지 않으며 이는 노동법 개악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 “보수야당에 밀려 노동법 개악 내몰리나”

노동계는 최근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법 처리를 말하면서도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여소야대 국면에서 보수야당이 노동법 개악을 주도했다”며 “올해 2월과 5월 근기법과 최저임금법 처리 과정에서도 그러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보수야당은 올해 하반기에 최저임금 지역·업종 구분적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포함한 근기법 개정을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전략적 입법전략을 짜고 움직여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자칫 국회가 노동자 보호입법이 아니라 노동악법 생산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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