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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활동가 방치하는 노동운동

기사승인 2018.08.2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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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노동운동에 뛰어들던 30년 전을 돌아본다. 현장노동자가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관리자한테 얻어맞기도 했고, 두발조차 제 맘대로 할 수 없었다. 대다수 노동자는 의식주·자식교육·여가·문화생활·노후대책 등 뭣 하나 변변한 게 없었다. 노동자는 열외국민이었다.

노동운동은 노동해방 깃발을 세우고, 맹렬하게 조직하며 치열하게 투쟁했다. 해고는 양념이었고, 감옥은 훈장이었다. 많은 노동자가 열사가 돼 떠났다. 간난신고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공돌이 공순이 표현은 사라졌고, 노동자 처우는 몰라보게 개선됐다. 노동자에게도 자가용이 일상화됐다. 영화도 보고 가족 외식도 한다. 자식도 거의 대학에 들어간다. 재벌기업 노동자와 공무원·교사, 공공기관 노동자 같은 중심부 노동자는 소득상위 10% 계층으로 신분이 상승됐다. 해외여행도 하고, 골프도 친다. 상전벽해다. 경제성장과 노동운동 덕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연대했던 학생운동·종교운동·시민운동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노동운동이 놓친 게 있었다. 아니, 지금도 고통스러운 진행형이니까 '놓친 게 있다'로 바꿔 표현해야 한다. 노조 바깥의 전업활동가 방치, 그것 말이다.

뒷골목 건달세계에서 내세우는 게 의리다. 구성원이 감옥에 가면 옥살이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남은 가족의 삶을 책임진다. 조직은 구성원 생계와 자리를 챙긴다. 그런데 말이다. 노동운동은 스스로에게 냉철하게 되물어야 한다. 노동운동은 과연, 건달세계만큼이라도 의리가 있는가.

노동운동 그 자체가 삶이고 직업인 전업활동가가 숱하게 있었다. 그이들이 아니었다면 한국 노동조합운동은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노동자가 먹고살 만한 처지가 된 것에는 그이들 역할이 지대했다. 그랬던 그이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노동운동을 떠났다.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먹고살 수가 없어서였다.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돌봐야 하는데, 노동조합 바깥의 전업활동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노동운동은 그이들의 삶의 기본을 함께 책임져야 했다. 기금을 만들고 십일조 운동을 펼쳐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심각한 문제는 지금도 그러고 있다는 것이다. 웬만한 노동조합의 간부·활동가들이 수시로 회식을 하고 있을 때, 노동조합 바깥의 전업활동가들은 삶의 기본이 갖춰지지 않아 고통스러워한다. 고통스럽다 못해 남몰래 펑펑 울기도 한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대표 사례가 문화전업활동가들이다. 노동운동은 그이들이 필요하다. 집회와 투쟁에서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그이들의 역할이 있었기에, 노동운동은 풍성할 수 있었다. 그랬는데 그이들의 삶은 악화하기만 했다. 노동운동이 책임지지 않아서였다.

노동가수의 경우 여기저기 한 달 공연료 다 합쳐 봐야 잘나갈 때가 100만 원 안팎, 그게 다였다. 그걸 만회해 보려고 음반을 제작해도 노동조합 현장에서 제대로 구입하지 않았다. 제작비만 빚으로 쌓이고 말았다. 노동가수 형편이 그럴진대, 직접 노래 부르는 것도 아닌 노동문화 기획자 또는 작곡가의 형편은 어땠을까.

전업활동가를 챙기지 못하는 노동운동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는데, 문화기획자들이 또 음반을 만들겠다고 한다. ‘파업가 30년 기념 김호철 헌정음반’이다.

김호철이 누구인지, 노동운동에서 파업가가 어떤 의미인지, 김호철이 생계의 기본을 유지하는 문제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 더 이상 보태지는 않겠다.

파업가·단결투쟁가·들불의 노래 등 작곡가 김호철의 노래 인생을 기념하고자 동료 민중가수와 노동자 노래패 등이 모여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헌정음반을 만든다. 꽃다지의 정윤경이 프로듀서를, 다름아름의 박은영이 Co-프로듀서를 맡아 기획단을 꾸렸다. CD 2장에 김호철 노래를 담아 선보일 예정이다.

기획단에서 호소한다. 음악은 동료들이 최선을 다해 만들 테니, 음반 공동제작자로 참여해 달라는 호소다. 큰 제작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공동제작자 참여는 1구좌 5만 원 단위라고 한다. 각자 한 구좌씩, 형편이 좀 낫다 싶으면 몇 구좌 참여하면 어떨까. 노동조합은 몇 십 구좌 어떨까 싶다. 김호철의 파업가 30년 헌정음반마저 빚으로 남게 방치하면 안 된다.

계좌는 KB국민은행(014-21-1599-194, 예금주 민정연)이다. 문의는 민정연(010-4190-6600)과 이사라(010-7277-3719)에게 하면 된다.

굳이 건달세계가 아니더라도 ‘사람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인 의리는 어느 세계에서나 중요한 덕목이다. 노조 바깥의 전업활동가를 챙기지 못한 지난 시기 노동운동의 의리 없음을 가슴 치며 반성한다.

한석호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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