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에 박근혜 정부가 강행했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지침을 폐기했다. 이를 대체할 새로운 공공기관 임금체계로 직무급제에 주목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말에서 내년 초 공공기관 보수체계 운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가 이에 대해 임금체계 개선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노정교섭을 제안했다. 공공운수노조와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의정포럼’ 공동주최로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공공기관 직무급 도입, 공공성 강화와 양극화 해소 가능한가' 토론회가 열렸다. 노조는 이날 토론회에서 공공기관 임금제도 연구용역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임금구조 개편방향 설정하고 노정교섭으로 풀자”=발제를 맡은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공공기관 임금 불평등 현황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정책을 분석했다. 올해 338개 공공기관 임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공공기관 간 임금격차 문제가 심각했다. 황 교수는 "주무부처가 어디인지, 혹은 기관장의 정치력 같은 불합리한 요인으로 격차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여성가족부·관세청·식품의약품안전처를 주무부처로 둔 공공기관은 지난해 정규직 평균연봉이 4천만원대였지만, 주무부처가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방위사업청인 공공기관 연봉은 9천만원대였다.

황 교수는 정부가 공공기관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시행 중인 총인건비 인상률 차등제도 효과를 살펴봤다. 그는 “동일 인상률을 적용하는 구간이 매우 넓고 차등 인상률을 적용하는 공공기관이 적어 임금격차 확대를 억제하기 어렵다”며 “저임금 개선보다 고임금 기관의 임금인상 억제효과가 커서 총임금 상승이 억제된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자 표준임금체계에 대해서도 “근속연수가 아무리 늘어도 끝내 저임금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총인건비 인상률 차등제도와 정규직 전환자 표준임금체계가 공정성 강화와 불평등 해소라는 명목으로 추진됐지만 실제로는 임금 개선효과보다 억제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며 “임금체계 형식보다 어떤 목표로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어 “단기적으로 노정협의를 통해 공공기관 임금구조 개편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고 예산편성지침의 문제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노정 혹은 산별교섭 제도화와 산업 횡단적 표준임금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공기관 임금제도 연구용역 9월 말 최종보고서 나와=이날 토론자로 나온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과거 인천국제공항이 건설된 시기에 직무급 모델에 있었으면 기재부가 간접고용 위주 인력운용을 선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공급제에서 직무급제로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사회적 대화와 초기업 단위 교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향우 기재부 제도기획과장은 “정부가 임금삭감을 강제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노동계의 오해와 지나친 우려가 있다”며 “과거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면서 노사가 논의하지 않고 정부 주도로 하면 결국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현행 임금체계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각계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고 정책 방향성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임금제도 개편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검토하자는 건데 기재부가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 같다”며 “적어도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교섭틀에서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 실장과 황선웅 교수, 안정화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가 참여하는 공공기관 임금제도 연구용역은 9월 말께 최종보고서가 나온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