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복귀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재개했다. 하지만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온전한 역할을 하기에 근본 한계가 있다. 자본과 노동에 켜켜이 쌓인 문제는 노와 사로 단일하게 대변할 수 없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처우개선을 둘러싼 노노 갈등, 기존 일자리 유지와 청년일자리 진입에 얽힌 계층 갈등, 재벌사와 하청업체의 원·하청 자본 갈등, 1천500만명이면서도 노조 가입률은 1%가 안되는 1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의 열악한 상황을 양대 노총과 경제단체가 모두 대변할 수는 없다. 각각 정규직노조와 재벌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청년·비정규직·여성·중소상공인·하청업체 같은 당사자 단위가 결합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다. 경사노위는 민주노총 참가를 기다리며 출발을 늦추고 있다. 모든 단위가 참여해야 온전한 사회적 대화기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인 듯싶다.

민주노총의 다음 수순은 경사노위 참가 결의다. 지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결과가 지시한 수순이다. 투표를 통해 확인된 조합원 뜻은 70% 이상 압도적인 참가 의견이었다. 그랬기에 대의원대회가 열리면 쉽게 결의될 것으로 점쳤다.

한데 민주노총 내부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사회적 대화를 활용하자는 흐름이 축소돼서 그런 것은 아니다. 투쟁력·조직력 바탕의 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현실, 즉 극단의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고 노동 분단을 해소하기에는 민주노총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사회적 대화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다수 흐름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녹록지 않은 배경에는 두 측면의 이유가 있다. 청와대 차원의 측면과 민주노총 자체의 측면이다.

첫째,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대통령 뜻이 청와대 기조로 유지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모든 현안이 노동 바람대로 될 것이라 기대하는 이는 없다. 최저임금법 개악에서 삐끗한 이유만도 아니다. 경사노위와 고용노동부, 시민사회수석실과 일자리수석실 등이 저마다 움직이는 듯한데, 노동존중 사회라는 기조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에 비해, 또 각종 난제의 복잡성에 비해 총괄하는 체계도 없고 전교조 법외화 같은 적폐 현안마저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으면서 생기는 의구심이다. 청와대가 사회적 교섭을 통해 사회를 도약시킬 생각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있다. 불만 관리 수준으로 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청와대 몇몇의 감정이 상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 아니냐는 얘기도 떠돈다. 청와대가 책임 있게 풀어야 할 몫이다. 의구심이 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민주노총이 사회적 교섭을 끌어갈 능력이 있는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다. 민주노총에 교섭 전략·전술이 없는 것 같고, 실력도 부족한 것 같다는 내부 우려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이 큰 것인가 작은 것인가도 분명치 않다는 의구심이다. 사업계획서에 다 반영된 것 아닌가 볼멘소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백화점 식으로 목표와 항목을 나열한다 해서 집행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 집단의 힘으로 발휘되는 세부 계획과 집행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집행부가 책임 있게 풀어야 할 몫이다.

누가 안 도와줘서 그렇다며 방안을 강구하지 않는 것은 실력 없음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설령 그렇다 쳐도, 그런 그들과의 소통과 의기투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집행 능력이다. 몇몇의 담당으로 한정된 체계를 시급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산별과 지역의 임원 및 담당 등으로 확대된 교섭전략위원회를 빨리 가동해야 한다. 지난 집행부에서 하던 방식인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총연맹 내에서 역량을 보강하고, 민주노총 바깥 활동가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몇몇의 머릿속에서만 추진되는 것은 조직의 전략·전술이 되기 어렵다. 조직 안팎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하면서 만들어지고 집행돼야 비로소 전략·전술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구심력의 원천인 민주주의는 시끄럽고 불편한 것이다.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가 10월18~19일 열린다. 경사노위 참가 안건을 다루지 않을까 싶다. 정책대의원대회에서 참가를 결의하자는 입장과 참가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 맞부딪칠 것이다. 이미 다들 예상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것만이라면 참가 결의는 쉬울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흐르지 않을 공산이 크다. 나열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새로운 흐름이 형성될 것이다. 경사노위 참가 결의를 내년 정기대의원대회로 미루자는 입장 말이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청와대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또 민주노총 전략·전술이 집단화되지 않고 실력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어가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타당한 우려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청와대와 민주노총 집행부가 보다 책임 있게 풀어야 할 몫이다. 한 나라를 이끄는 집단의 수뇌부가, 또 세상을 바꾸겠다는 집단의 집행부가 감정에 치우치고 폭 좁게 사고하거나 행동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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