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주현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

몇 주 전 정부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참석자 중 정부 인사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왜 건설노동자들은 포괄임금 폐지를 그렇게 강력하게 원합니까? 주휴수당을 받아 임금을 올리고 싶은 겁니까?”

얼마 전 건설 관련 연구소에서 건설현장 포괄임금제 연구를 하면서 건설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 질문 중에는 "건설노동자들은 포괄임금 폐지를 원하는가. 원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내용이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건설노동자들은 포괄임금 폐지를 원하고 있으며, 이유는 주휴수당을 받고 싶어서라기보다 맘 편히 아이랑 놀이공원 가고 가족과 함께하는 하루(주휴)가 필요하다는 소박한 이유였다고 한다. 법이 보장하는 주휴를 누리는 다른 노동자들처럼 평범하게 말이다.

건설노동자들은 한국에서 노동관련법이 생겨난 1953년 이래 단 한 번도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전면적으로 적용받은 적이 없다. 주휴를 누려 본 적도 없으며, 국민연금도 한 달 20일 이상 일해야 적용됐다. 퇴직금이 없어 퇴직공제금 명목으로 하루 1천원씩 받기 시작한 것이 이제 겨우 30년이 지나 4천800원이 됐을 뿐이다.

건설노동은 장시간 노동의 아이콘이며, 열악한 노동조건의 대명사다. 건설업체는 공기단축을 통한 이윤확보(인건비·간접노무비·건설기계 대여료 등 비용절감)를 위해 건설노동자의 장시간 중노동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건설업체들은 건설노동자의 장시간 중노동을 사실상 강제하고 노동통제가 용이한 포괄임금제 근로계약(하루 일당에 연장·휴일·주휴·연차수당 등을 포함)을 건설현장에서 일반화시켰다. 여기에 2011년 고용노동부의 ‘건설일용근로자 포괄임금 업무처리 지침’은 건설현장에 포괄임금을 뿌리박았다. 이러니 건설사들이 포괄임금 폐지를 적극 반대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포괄임금 규제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이자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노동시간보다 33일을 더 일하는 장시간 노동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나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내놓으며 100대 과제에 ‘포괄임금 규제’를 포함해 발표했고 주 52시간 노동시간단축도 시행하고 있다.

2016년 대법원은 건설노동자의 경우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판결(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1060 판결)도 했다. 대법원은 건설노동자에게 포괄임금을 적용할 수 없는 근거로 "근로계약서에 노동시간과 일당만 기재돼 있고 수당 등을 포함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전혀 없으며, 건설현장 성질상 실제 근로시간 산출이 어렵거나 당연히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예상되는 경우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렇듯 건설노동자에게 적용되는 포괄임금제도는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도 합당하지 않으니 노동부의 건설일용근로자 포괄임금 업무처리 지침은 즉각 폐기돼야 마땅하다. 이는 법원 판결을 이행한다는 의미를 넘어 건설노동자도 보통 노동자와 동일하게 인간다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이 정하고 있는 주휴를 건설노동자도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노동존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하루속히 포괄임금을 규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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