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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자 가족들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려

기사승인 2018.09.0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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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차 해고노동자 아내 2명 중 1명 '극단적 선택' 고민 … 80% 우울증상 경험

   
▲ 심리치유센터 와락과 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 주최로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 쌍용차 해고자ㆍ배우자 실태조사 발표’에서 이정아 전 가족대책위원회 대표가 발언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정기훈 기자>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해고는 당사자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도 파괴한다.

쌍용차 정리해고를 겪은 노동자의 배우자들에게 "지난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2명 중 1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2013~2015년 국민건강영향조사 일반여성 자살생각유병률(5.7%)보다 8.67배나 높았다. 충격적인 수치다.

해고노동자 아내 자살생각유병률, 천안함 생존장병 비슷

김승섭 고려대 교수(보건정책관리학부) 연구팀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복직자 그리고 이들의 배우자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98년 정리해고가 법제화된 이후 수많은 정리해고가 이뤄졌다. 그런데 정리해고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 연구는 없었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한국 사회에서 정리해고로 인해 가족관계가 무너지고 가족 구성원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했을 뿐이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정리해고로 인한 가족 건강장해를 처음으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태조사는 해고노동자의 배우자 28명과 정리해고 후 공장으로 돌아간 복직자의 배우자 3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됐다.

김승섭 교수는 "정리해고 법제화 이후 지난 20년 동안 해고 당사자 고통은 이야기된 적이 있지만 가족들이 어떤 시간을 감내하고 있는지는 이야기된 적이 없었다"며 "조사 결과는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올해 7월 천안함 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 실태조사에서 자살을 생각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50%였다"며 "해고노동자 배우자의 48%가 자살을 고려했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이후 목숨을 잃은 30명에는 해고노동자의 배우자 4명이 포함돼 있다.

왜 이렇게 아플까?
"가족들도 사회적 단절·고립 겪어"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은 우울증을 많이 앓았다. 해고노동자 89.3%, 배우자 82.6%가 우울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17년 한국복지패널이 30~60세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우울감과 비교했을 때 각각 13.37배, 8.27배 높았다.

우울증상 배경에는 사회적 단절과 고립이 존재한다. 김 교수는 "정리해고는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아니라 해고된 사람을 사회경제구조에서 고립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해고노동자의 87.8%가 "해고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고 밝혔는데, 배우자 역시 70.8%가 같은 대답을 했다. 해고노동자 아내 2명 중 1명꼴로 "해고 이후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거나 행동하게 될까 봐 전처럼 사람들과 잘 사귀지 않는다"거나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해고노동자 배우자 50% 이상은 남편이 정리해고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는데, 이들 대다수가 차별을 겪은 장소로 자신의 직장을 꼽았다. 복직자 배우자인 권지영 심리치유센터 와락 대표는 "평택이라는 동네는 그리 크지 않다"며 "해고 이후 배우자가 생계를 책임지면서 어린이집 교사, 간호조무사로 취업했는데 그 공간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고용불안과 정리해고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며 "쌍용차 가족들이 겪은 고통은 누구나 어느 시점에서 겪게 될 수 있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라고 말했다. 9년이 지난 지금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을 복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비참한 경험을 캐묻고 수치로 만들어 발표하는 이유는 해고노동자와 가족이라는 창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정리해고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바라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부재하는 한 이 같은 문제는 다른 장소, 다른 시점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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