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최나영 기자

한국도로공사가 대법원의 불법파견 확정판결을 앞두고 협력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자회사 고용을 밀어붙여 논란이 일고 있다. 정규직 전환 방식을 논의하는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일부 노동자대표를 배제하고 자회사 방식 동의서 서명을 받아 갈등을 빚었다. 1·2심은 요금수납원이 도로공사 직원이라고 판결했다.

‘자회사 전환’ 갈등 격화

6일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전날 열린 협의회 회의장에서 일부 노동자대표에게 자회사 방식에 동의하는 서명을 받았다. 협의회에서 전문가위원이 “양측 의견차가 너무 커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회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회의실을 퇴장하고 자회사 방식에 반대하는 노동자대표가 회의장을 나온 뒤 일어난 일이다. 공투본에는 민주연합노조와 공공연대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에 참석한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서산톨게이트지회장은 “회의가 끝난 뒤 공사측과 일부 노동자대표가 회의실을 나오지 않아 다시 들어가 보니 자회사 전환 동의서 서명이 이미 끝난 뒤였다”며 “공사측이 자회사를 반대하는 노동자대표만 배제하고 동의서 서명을 받은 것은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공사는 동의서를 바탕으로 자회사 전환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공사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에 “노동자를 대표해 나온 노동자대표 6명 중 다수인 5명이 동의서에 서명했다”며 “개별 노동자들에게도 자회사 전환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회사 전환에 동의한 노동자는 자회사로 전환하고 동의하지 않은 노동자는 원하는 바를 파악해 별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협의회에서 논의한 지도 1년 정도가 됐다”며 “현장에서 합의가 계속 늦어지다 보니 현장 분위기를 고려해 (동의서 서명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순향 지회장은 “협의회 구성 당시 노동자대표 6명은 모두 자회사 설립에 반대했는데 회의가 진행되면서 공사 회유로 5명이 입장을 바꿨다”며 “이 중 노동자대표 A씨는 자회사 설립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가 조합원들에게 노동자대표 자격 박탈까지 당했는데 이날 협의회에 버젓이 참가해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공사는 올해 2월 협의회를 처음 연 뒤 지금까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6천700명의 정규직 전환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자회사를 설립해 수납원을 고용하는 방안을 주장하는 공사측과 민주연합노조는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박순향 지회장은 “서명을 두고 갈등이 이어져 회의장은 난장판이 됐고 경찰까지 출동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자회사 전환 서두르는 이유?

노동계는 공사가 협의회 합의 없이 자회사 방식을 강행하는 것은 불법파견 논란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요금수납원들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2015년 1심과 2016년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공투본은 “대법원이 불법파견 판결을 확정하면 직접고용을 해야 하니 그 전에 자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공사의 의도가 아니냐”고 의심했다.

공사 관계자는 “개별 노동자가 자회사 전환 동의서에 서명하면 이후 대법원에서 노조측이 승소하더라도 자회사에 잔류하겠다는 내용의 동의서도 받을 것”이라며 “자회사 전환 동의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에서 공사가 패소하면 직접고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공투본에 따르면 전문가위원은 협의회에서 “양측의 이견이 너무 크니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에 지금까지의 협의 내용을 보고하겠다”며 “조만간 회의가 다시 열릴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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