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한·김장겸 전 MBC 사장 시절 입사했다 올해 계약해지된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두 전직 사장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해 노조를 와해하려 했다며 부당노동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12일 노무법인 참터에 따르면 서울지노위는 지난 10일 MBC에서 올해 4월과 5월 계약해지된 아나운서 9명이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MBC는 2016년 4월4일 6명, 지난해 5월22일 5명의 아나운서를 뽑았다. 1년 단위 근로계약을 맺었다.

계약직 아나운서 채용은 공중파 방송사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이례적인 채용 배경에는 경영진의 노조 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4월5일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 보고된 ‘블랙리스트 관련 특별감사’ 결과로 당시 MBC가 왜 계약직 아나운서를 뽑았는지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정기이사회 속기록에 따르면 안광한 전 사장은 2014년 9월 아나운서국장에게 특정 인물을 지목하며 “○○○을 빼면 인력을 줄 수 있다”며 “아나운서들이 파업이 있으면 일종의 선무부대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을 차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5년 10월 임원회의에서는 당시 감사가 “뽑아 놓으면 노조에 가입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신입사원을 뽑기보다는 경력직을 뽑고 경력직도 철저히 관리해서 노조 가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활동이나 파업 참여 우려 때문에 계약직으로 선발했을 개연성이 높다. 계약직으로 채용됐지만 계약은 형식적이었다. 노동위 심판회의에는 고참 아나운서 다수가 계약직들에게 계속고용될 것이라 말하는 증언록이 증거로 제출됐다. 노조활동이나 파업 참여 우려 때문에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정규직 전환 과정은 불공정했다. 계약직 아나운서 11명이 정규직 전환을 위한 평가에 참여했는데, 단 한 명만 살아남았다. 사건을 대리한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근무 당시 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신입사원 시험 보듯 했다”고 설명했다. 유 노무사는 “서울지노위가 MBC 적폐의 또 다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갱신기대권을 계약서 같은 형식적 징표에 얽매이지 않고 정황이나 채용경위, 진술 같은 실체적 진실에 근거해서 판단했다”며 “새로운 경영진이 판정을 수용해 기존 경영진과 다른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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