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방 고용효과가 큰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에서 구조조정 사태가 반복되고 있는데, 금융이 주도하는 인적 구조조정에 벗어나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S타워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조선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과 구조조정 패러다임 전환 모색'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는 수주절벽에,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은 조선산업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찾자는 취지로 열렸다.

전문가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에 걸친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을 살폈다. 한때 조선 수주잔량 세계 4위까지 올랐던 STX조선해양은 조선산업 장기침체와 회사의 무리한 확장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저가수주라는 악순환으로 인해 2012년부터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STX조선해양 구조조정은 2013년부터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본격화했다. 건조물량 감소에 따른 인원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정부·채권단 입장과 총고용이 보장된다면 어떤 양보안이든 논의할 수 있다는 노조가 충돌했다. 법정관리 기간이던 2016년 회사는 회생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을 강행했고, 노조는 파업으로 맞섰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논설위원은 "STX조선해양 노사는 구조조정 방식을 인위적 감원 대신 노동시간단축과 무급순환휴직·임금삭감을 교환하는 이른바 고통분담 방식으로 전환했다'며 "장기파업과 법정관리로 점철되던 과거 패턴에 희망적인 변화를 보여 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 논설위원은 "정부·금융권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구조조정 의사결정 과정에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구조나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중앙의 사회적 대화기구 내 새로운 구조조정 모델과 정착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경제와 기업 구조조정을 균형 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지역 협의채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강수 전 STX조선해양 대표는 "한국 조선산업은 금융주도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영업·설계·생산 등 조선산업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관리를 위한 관리인격인 채권단 관리제도로는 경쟁력 있는 조선소 운영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노조는 회피할 대상이 아니라 마주앉아 대화할 상대"라며 "안이한 인적 구조조정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강조했다.

김태정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정부에 중형 조선소를 회생할 산업정책을 강화하라고 주문하면서 경사노위에 조선업종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김태정 국장은 "책임 있는 주체들이 결합해 중형 조선소 생존을 위한 의제를 형성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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