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쌍용자동차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하면서 정부와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까지 철회할지 주목된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법거래 의혹 진상규명과 2009년 파업 강경진압에 대한 정부 사과도 과제로 남았다.

사측·경찰 손배소송 철회 수순 밟나

16일 노동계에 따르면 2009년 정리해고에 반발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파업과 관련해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에 청구된 손해배상액은 무려 114억7천만원이다. 쌍용차 사측이 금속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금액이 100억원, 경찰이 민주노총·금속노조·쌍용차지부와 소속 조합원 101명에게 청구한 액수가 14억7천만원이다.

사측은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2016년 단계적 해고자 복직에 합의하면서 취하했다.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그대로 진행돼 서울고법에 계류 중이다. 1심 재판부는 3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달 14일 기업노조인 쌍용차노조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회사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서명한 해고자 복직 합의서에는 손해배상에 관한 언급이 없다. 김득중 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손배청구를 취하하려면) 마힌드라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며 “시간을 가지고 처리해 나가겠다는 입장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측이 손배소송을 계속할 명분이 사라진 만큼 조만간 취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비손상과 부상을 이유로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문제도 해결이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1심은 13억7천만원, 2심은 11억2천890만원을 국가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파업 당시 조합원 67명의 임금·퇴직금, 22명의 부동산이 가압류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달 “경찰력 행사로 인해 노조원들이 입은 피해 역시 상당하지만 아무런 피해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채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소송취하를 권고했다. 정부가 소송을 취하할 명분은 생긴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직접 만날 정도로 쌍용차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도 손배소송 취하 가능성을 높여 준다.

“살인진압 책임자 처벌, 사법거래 진상규명”

쌍용차지부는 2009년 강제진압과 관련해 정부가 사과와 입장 발표를 할 때까지 대한문 분향소를 유지할 계획이다. 지부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2009년 회사와 경찰이 공모해 파업을 유도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국정조사나 특검, 진압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진상조사위도 "노동자들과 가족에게 사과하고 명예회복과 치유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노노사정 쌍용차 합의를 중재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쌍용차 사측이 어려운 조건에서 결단해 합의한 만큼 다른 갈등요인도 그런 관점에서 정리하는 게 맞다”며 “노사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차지부는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힌 것에 대한 진상규명을 바라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 효과적 협상 추진전략’ 문건을 보면 정리해고 정당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국정운영 협조사례 목록에 올라 있다. 법원행정처는 문건에서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정리해고 요건의 정립이 필요한데 선진적인 기준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쌍용차 정리해고 대법원 판결은 콜텍·KTX 승무원·전교조 법외노조 통보·통상임금 사건과 함께 대표적인 노동 관련 사법농단 사례로 지목된다. 쌍용차지부는 “해고자 복직투쟁을 마무리하더라도 사법농단 진상규명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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