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현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업종별위원회인 공공기관노정위원회 구성·참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최근 경사노위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있는데 굳이 공공기관노정위에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경사노위에 공공기관노정위 구성을 요구했다.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조기 도입과 경영평가 개선, 예산편성·지침을 노정이 함께 논의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공공기관 실질사용자인 기재부가 모범적 사용자 역할을 방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비롯한 사회문제 해법을 사회적 대화에서 찾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어긋난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대위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소한의 사회적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경질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행안부·노동부는 '참여' 기재부만 '마이웨이'

18일 공대위와 경사노위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주재로 기재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차관 간담회가 열렸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과 심보균 행안부 차관, 이성기 노동부 차관이 참석했다.

경사노위가 차관들에게 공공기관노정위 구성 의미를 설명하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사실상 열쇠를 쥐고 있는 기재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노동부와 행안부는 이미 "업종별위원회가 꾸려지면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대위는 지난달 '공공기관노정위원회 구성안'을 마련해 경사노위에 제출했다. 공대위에 참여하는 5개 산별연맹 대표자와 기재부·행안부·노동부 차관 등 9명이 참여하는 본위원회와 공익위원을 포함해 노동계와 정부측 실무급 인사 12명이 참여하는 실무위원회를 두자는 것이다. 공대위는 구성안에서 △단체협약 원상복귀·노동기본권 보장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노동이사제 조기 도입 △2019년 예산편성·집행지침 △경영평가 2단계 개선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 △노동시간단축 및 일자리 창출 △노정협의 제도화 등 8개 의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용진 2차관은 공공기관노정위 참여를 설득하는 문성현 위원장에게 "기재부가 공공기관운영위를 운영하고 있고, 필요한 사항은 공운위 내에 소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며 "굳이 공공기관노정위에 참여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관은 특히 "협의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나 단체협약 원상복귀 같은 의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문성현 위원장이 기재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며 "기재부가 내부 보고와 논의를 거쳐 다시 알려 주겠다고 했지만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이날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공기관노정위 불참을 결정한 것이냐"는 질문에 "검토 중인 사항이고 정부 내에서 논의 중이지만 기재부 입장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되는 표현이다.

공대위 19일 긴급대표자회의
청와대에 김동연 부총리 경질 요구


노동계는 반발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공공기관운영위 핑계를 대고 있는데, 공공기관운영위는 노동계 의사를 반영할 통로가 없다"며 "노사정이 함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을 정부부처가 걷어차 버리는 형국"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공대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한 말"이라며 "기재부가 최소한의 모범적 사용자 역할마저 외면한다면 총력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는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김동연 부총리를 경질하고, 기재부는 즉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대위는 19일 오전 긴급대표자회의를 열어 투쟁계획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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