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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하지 않아도 괜찮아?

기사승인 2018.09.21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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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26.27%. 막 스무 살이 된 청년 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청년 비율이다. 자퇴나 유급 등으로 아직 고교 졸업을 하지 않은 경우도 10.21%로 추정된다. 전체 청년의 3분의 1 정도가 고등학교 졸업 직후에 대학을 가지 않는다. 이들에게 우리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난을 겪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지난 10년 동안 대학진학률도 15%포인트 떨어졌다. 수많은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청년실업의 중요 원인으로 꼽아 왔다. 쉽게 말하면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아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높았던 대학진학률이 떨어지는 동안 대학을 가지 않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졸 취업자 확대 정책을 펼쳤고, 고교 다양화 정책의 일환으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 대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당시 공공기관과 은행권을 중심으로 고졸채용 확산을 시도를 했으나 설령 그런 방식의 ‘고졸 성공시대’가 열렸다고 해서 학력에 의한 차별과 불평등이 완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성공사례가 존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으나, 수많은 대학 비진학 청년들에게는 자신과는 다른 성공한 일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고졸과 대졸의 임금격차는 나이를 먹으면 더욱 확대된다. 20대 중후반에는 월 임금 25만원 수준에서 30대가 되면 55만원 수준으로 격차가 두 배가 된다. 임금 상승이 거의 없는 대학 비진학 청년이 주로 일하는 일자리의 특징이기도 하다. 31%의 대학 비진학 청년이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서 일하고 있고, 27%가 제조업에서 일하고 있다. 같은 업종에 일하는 대졸 청년의 비율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이다. 업종선택의 폭이 좁다 보니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라고 말하게 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

게다가 많은 대학 비진학 청년은 길어야 1년 혹은 2년 남짓 일하고 그만두고 다시 불안정한 일자리를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노동시장의 특성상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나면 30대에는 더욱 나아지기 어렵게 된다. 지난 8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일자리분과와 함께 진행한 비진학 청년 대상 설문조사에서 가장 오래 일한 기간은 1년 이내가 54%에 달한다. 그렇게 잦은 퇴사와 이직의 이유는 근로조건 불만족(26%)과 기술·적성·업종 변경을 희망해서(22%), 경영악화나 해당 직장에 전망이 없어서(22%)였다.

“제가 몸이 너무 지쳐서 맨날 평일에는 자고, 뭔가 여유가 없으니까 무엇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난 왜 이러지 이런 고민에 그냥 계속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할까? 이제 27살인데, 뭘 가지고 일을 해야 될까 이거에 대해 고민이 많은 거 같아요.” 지난해 인터뷰로 만난 대학 비진학 청년의 고민이다. 일상적인 장시간 근로와 저소득 상황에서 앞날을 그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근로빈곤과 시간빈곤 지속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주로 가정의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선택’을 해야만 했던 많은 대학 비진학 청년들에게 보다 괜찮은 일자리로 이행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고졸 취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위를 모두가 이야기한다. 하지만 왜 그것이 당사자에게 닿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단순히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서’ ‘사회 인식이 안 좋아서’라는 말로 덮이고는 한다. 충분한 진로 고민과 모색 기회 없이 이뤄지는 직업훈련은 쉽게 허망해지고, 소득 안전망 없이 이뤄지는 직업훈련은 생계 때문에 쉽게 포기하게 만든다.

청년유니온과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지난 2일 서울청년의회에서 대학 비진학 청년 일자리예산 비중 확대, 서울시 기술교육원 훈련생에 대한 훈련수당 지급, 비진학 청년 직업훈련단 신설과 당사자 운영권 부여를 골자로 서울시 기술교육원 개선 방향을 서울시에 제안했다. ‘진학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동정책부터 교육정책에 이르기까지 함께 바꿔 나가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김영민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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