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하면 노조파괴도 급이 달랐다. 노조가 활동할 수 없도록 협력업체를 없애 버렸다. 개별면담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조합원 임금을 깎고 단체교섭을 지연·불응하며 노조 힘을 뺐다. 삼성전자서비스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노조와해 공작의 백화점식 종합판"이라고 요약했다.

삼성 '노조파괴·불법파견' 검찰 수사로 드러나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27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날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를 통해 불법파견을 했다고 보고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긴 사람은 32명이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의 단체교섭을 지연하거나 협력업체 폐업 공작에 가담한 회사 관계자와 한국경총 관계자, 협력업체 대표, 삼성에 매수된 전직 공무원 등이다.

삼성의 노조파괴 수법은 악랄했다. 폭행·감금·테러를 제외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조파괴 컨트롤타워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이 맡았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를 지휘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일사불란하게 노조파괴를 시도했다.

삼성은 매년 노조설립 저지·고사화를 목적으로 하는 노사전략, 일명 그린(GREEN)화 전략을 수립해 계열사들이 대응하도록 했다.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2012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 나온 내용이 검찰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

삼성은 그린화 전략을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적용했다.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인 송아무개씨와 계약을 맺고 노조와해 전략을 자문받았다. 경총을 통해 협력업체와 지회가 진행한 단체교섭을 지연하도록 배후에서 조정했다. 김아무개 전 경찰청 정보국 경찰관(경정)을 매수해 지회 내부 정보를 습득했다.

조합원 임금 깎고, 업체 폐업시키고, 단체교섭 불응하고

노조파괴 진용을 갖춘 삼성은 행동에 들어갔다. 삼성은 2013년 6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지회 설립을 준비 중이거나 노조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를 강제로 폐업시켰다. 비조합원은 일자리를 알선해 줬지만 조합원은 블랙리스트에 올려 협력업체 재취업을 막았다. 업체 사장에게는 금품을 줬다.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임금을 깎았다. 경총은 삼성 요구대로 협력업체에 단체교섭 불응 방법을 가르쳤다.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천륜을 저버리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2014년 5월17일 염호석 지회 양산센터분회장이 숨지자 노조탄압 사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부친을 회유했다. 6억8천만원을 주고 고인의 주검을 빼돌렸다.

왜 그랬을까. 검찰이 확인한 노사전략 문건에 따르면 삼성이 보기에 노조 조합원은 '악성 바이러스'였다. 삼성은 문건에 "노조가 생기고 나면 와해시키기 어렵고,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사전예방만이 최선"이라며 "어떠한 악성노조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도 임직원들이 흔들림 없도록 비노조 DNA를 확실하게 체화시켜야 함"이라고 적시했다.

"노조와해 공작 배경에 이익 극대화 불법파견 있다"

삼성에게 지회 무력화는 경제적으로도 필요한 과제였다. 검찰은 "노조와해 공작이 시도된 배경에는 이익 극대화를 위한 불법파견 기업운영 실태가 자리 잡고 있다"며 "외주형태로 일을 시켜 비용은 절감하고 관리는 정규직처럼 엄격하게 하되,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면 원청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서 하청업체에도 노조 싹이 자라지 못하도록 초동대처를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하청업체 노무관리까지 철저하게 개입하게 된 문제의 근원인 불법파견을 정면으로 문제 삼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그동안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꾸준히 제기했던 삼성 노조파괴 전말이 일부 진실로 드러났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고소·고발한 내용이 수사 발표에 거의 담기면서 실제로 범죄였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예상외의 일로, 검찰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노조파괴가 확인된 만큼 당사자들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가·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며 "검찰 수사의지는 환영하지만 염호석 열사 시신 탈취 과정에서 경찰이 개입한 정황과 그 배후까지 밝혀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는 삼성에버랜드 노조파괴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류하경 변호사는 "삼성그룹 차원에 의해 시행된 노조파괴 범죄는 앞서 에버랜드에서 똑같은 양상으로 진행됐다"며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수사 틀을 에버랜드 사건에 적용해 범죄자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과 민변·참여연대는 '2012 S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관련해 올해 4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전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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