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이 하루 동안 일손을 놓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였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방진복과 안전모·마스크를 쓰고, 마사회에서 시설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은 말 가면을 썼다. 병원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일할 때 입던 유니폼 차림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이 현장에서 망가지고 있다”며 “정부가 개입해서 기관의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원청 협의에 무성의, 자회사만 반복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최준식)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총력투쟁대회를 열었다. 노조 가스공사비정규직지부·마사회지부·잡월드분회와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이 조직한 각 민들레분회가 하루 파업에 참여했다. 이들 6개 사업장 조합원은 2천200여명이다. 발전 5사에서 일하는 발전 비정규 노동자들도 참석했다.

노조는 “정책을 보완하고 기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 관료들은 숫자 채우기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며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 첫 약속이 깨지기 일보직전인데 순조롭다는 안이한 인식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공공기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기관들이 자회사를 강요한다고 호소했다. 이길호 마사회지부 부경지회장은 "세 달 동안 노사전 협의기구 회의를 18차까지 했지만 원청 마사회는 무조건 자회사만 밀어붙인다"며 "용역회사에 소속돼 14년 동안 마사회 건축물을 관리하는 상시·지속업무를 했는데 또다시 용역회사와 다름없는 자회사를 강요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종표 가스공사비정규지부 공동지부장은 “가스공사도 간접고용 노동자 1천200여명 중 1천100여명을 모두 자회사로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무성의한 태도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지부장은 “막연히 용역회사보다는 자회사가 낫겠다는 탁상공론식 행정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의 정당성을 기관에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총력투쟁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비정규직 없애겠다더니 자회사 강요, 저임금 고착화”

노조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며 "쟁점 해결을 위한 노정교섭을 하자"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묻지마 자회사 전환 중단 △기관 전환심의 결과에 대한 구제제도 마련 △무기계약직 차별 해소 예산편성을 요구했다.

최준식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에 와서 자회사와 직무급제를 강요하고 있다”며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표준임금체계를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이 지켜졌다면 노동자들이 이 자리에 와 있겠느냐”며 “올해 11월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전체 산별의 힘을 모아 총파업·총력투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적폐를 끝장내는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노조는 “경고의 의미를 담은 1차 총력투쟁이었다”며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국회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2차·3차 투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총력투쟁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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