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주변부 밑바닥 노동의 네 가지 특징

기사승인 2018.10.01  08:00:01

공유
default_news_ad2
   
▲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21세기 사회운동의 한 방편으로 노동공제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소규모 노동공제는 지금도 여럿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공제회를 표방한 안산의 '좋은이웃'이 그 사례다. 그럼에도 노동공제운동이라 표방한 것은 운동의 흐름으로 만들자는 구상 때문이다. 기존 방식의 노동운동에서 사회 주체로 서지 못했던 1천500만 주변부 노동자가 대규모로 참여하는 노동공제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서울의 9만 봉제노동자, 그중 절대다수가 10인 이하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는 봉제노동, 고마운 청년 전태일이 몸 바쳐 이루고자 했던 꿈이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봉제노동, 그이들을 노조 주체로 세우는 과정에서 실현하려 한다. 전국 각 업종·지역과 함께할 공제연합을 목표로 한다. 하루빨리 노동조합총연맹 사업으로 받아안도록 하는 것도 목표다.

노동공제운동에 대해 누군가 걱정했다. 개량주의로 욕먹는 것 아니냐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도 팔자라고. 한국의 노동운동은 노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조를 한다는 이유로 개량주의라 비판받지 않는다. 노동공제로 그렇게 욕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이론세계가 아닌 현실세계에서 노조는 자본주의를 보다 세련되고 끈질기게 유지하도록 하는 개량화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한다. 또 노조는 노동자를 현실의 개량에 머물도록 하는 첨병 역할도 한다. 20세기 세계노동운동사,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 30년의 한국노동운동사와 현재의 노동조합운동을 통해서 확인하는 생생한 현실이다. 노조를 혁명기지로 만들겠다던 지난날의 전략과 무관하게, 그것이 현실이다.

한마디 굳이 덧붙인다. 일제하 노동운동의 빛나는 사례로 칭송받고 있는 원산총파업에서 파업을 버티고 승리하게 한 주요 동력의 하나가 노동공제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한국 사회 양극화는 세계에서도 유별나게 심하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노동마저 분단돼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양극화와 노동 분단의 밑바닥에서 허덕이는 대다수 주변부 노동이 주체로 성장하지 못한 원인도 크다.

노동운동의 기존 전략은 그이들을 주체로 세우는 것에 실패했다. 쟁취전략에서만 뱅뱅 맴돌았던 것의 한계였다. 투쟁단선전략에 매몰돼 노조의 공제기능을 외면한 결과였다. 주변부 밑바닥 노동은 투쟁단선전략과 쟁취전략만으로는 주체로 설 수 없는 조건인데, 노동운동은 그것을 놓쳤다.

100인 미만 사업장 대부분을 점하는 주변부 밑바닥 노동에는 네 가지 기본 특성이 있다. 첫째, 영세노동이다. 사업의 영세성에서 비롯된 특성이다. 재벌 중심 경제체제와 원·하청 불공정거래가 고착된 상태에서 중소사업체가 영세성을 벗어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임금·노동조건 등이 열악한 근본 원인이다. 그이들이 노조를 안 하는 배경에는 노조를 하는 수고만큼의 혜택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이 깊게 깔려 있다.

둘째, 이동노동이다. 규모가 작을수록 정착노동이 아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는 조건이 안 맞으면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한다. 해고라는 인식보다 이직이라는 인식이 더 크게 작동하는 영역이다. 사업장 기반 노조전략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애써 노조를 만들었다고 해도 수년을 버티지 못하고 해산되는 이유다.

셋째, 경쟁노동이다. 그때그때 물량을 수주해 납품하고 대금을 확보해 굴려야 하는 하청, 상품을 생산하는 즉시 유통시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업종에서는 동종업체 간 경쟁이 강력하게 작동한다. 그것은 노동에도 동일한 이해로 전이된다. 물량과 판매가 담보되지 않으면 사업과 노동이 동시에 곧바로 무너지기 때문이다. 플랫폼노동은 그 자체가 경쟁논리에 지배된다. 노동의 단결이라는 구호가 아득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넷째, 대면노동이다. 작은 사업장은 비좁은 공간에서 사업자와 노동자가 함께 얼굴 맞대고 노동하고, 식사와 술자리 등의 일상을 함께하고, 휴일 여가·문화도 공유한다. 사업자와 노동자는 다르다는 경계심보다 같은 공동체 구성원이라는 친밀감이 강하게 작동한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장의 사업자를 대상으로 갈등하며 노조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바로 이런 특성에 대한 고민이 노동공제운동 구상의 배경이다. 20세기 초반까지의 세계노동운동에 강하게 작동했던 노조의 공제기능, 세계 각국 노동조합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공제기능을 한국노동운동에 접목하자는 것이다.

'1천500만 노동의 상호부조와 사회세력화, 노동공제운동을 제안한다'는 글을 뿌리고 있다. 공제운동을 확산하려는 뜻으로 작성한 글이다. 누구든 요청하면 바로 보낸다. 언제 어디든 찾아가서 공제운동 구상을 나누려 한다. 더 많은 이들이 손잡기를 희망하며.



(다음 편으로 이어짐)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한석호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