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보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낙관하나. 지금 여당 타임테이블에 ILO 핵심협약 비준은 없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다. 내년 ILO 창설 100주년을 앞두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ILO 핵심협약 비준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의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4일 오전 국회 본청 의원식당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 비준, 글로벌 스탠더드 노동권' 토론회에서 "국정과제니까 당연히 비준되겠지라고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연구단체인 헌법33조위원회가 개최했다. 여야 의원 46명이 헌법33조위에 참여하고 있다. 헌법33조위 대표의원인 심상정 의원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정치권)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면 각당 원내대표들이 이 자리에 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모두 헌법33조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날 모두 불참했다.

심 의원은 "문제는 ILO 핵심협약 비준 반대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며 "ILO 핵심협약 비준이 국회에서 적극적인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사회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그런 노력 없이 경사노위 내부 논의에만 의존하고, 정부에 헛된 기대만 걸어서는 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LO 핵심협약 내용에 위배되는 국내법을 고친 다음에 협약을 비준하겠다는 '선 법 개정, 후 비준' 로드맵도 정부 비준의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이유다. 윤효원 인더스트리올 글로벌노조 컨설턴트는 "ILO 핵심협약 비준은 4·27 판문점선언처럼 처리하면 된다"며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고 협약 비준에 대한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동의할지 거부할지는 국회가 선택할 몫이고, 국회가 거부한다고 해도 국제법상으로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절차나 속도가 목표를 흔들어선 안 된다"며 "법 개정을 먼저 한 다음에 비준하겠다는 얘기는 '비준하지 않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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