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지난 3년간 현대중공업 노동자와 협력업체가 실직과 부도위기에 내몰리는 동안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으로 막대한 부를 챙기고 3세 경영승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와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현대중공업의 갑질 피해를 폭로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을들을 착취해 총수 일가 사익 추구하는 현대중공업 문제점 진단과 대안모색 토론회'를 제목으로 내세웠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3년간 현대중공업 노동자 3만5천여명 실직

지난 3년간 사내하청 노동자를 포함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는 무려 3만5천여명이 줄었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정규직은 2015년 2만6천158명에서 올해 8월 현재 1만8천846명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사내하청 노동자는 4만783명에서 1만2천664명으로 감소했다. 정규직은 희망퇴직과 분사로 감축됐고 하청노동자는 해양부문의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됐다.

고용안정을 위한 노사협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형균 정책기획실장은 "노사가 TF도 만들고 올해 2월에는 고용안정과 일감 부족에 따른 유휴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유휴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고용노동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직무향상 교육이라기보다는 노조활동 탄압에 가까웠다. 교육대상자의 72%가 파업 참가자들로 구성됐다. 수십년간 용접과 철판 절단, 도장업무를 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고등학교 물리교과서 수준의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근거로 전환배치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구조조정 명분이던 일감 부족은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지부가 집계한 2017~2018년 주말특근 현황을 보면 지난해의 경우 주말 특근자가 월평균 토요일은 1만여명, 일요일은 1천600여명이나 된다. 평일 1시간 이상 잔업한 노동자도 하루 평균 1만5천여명이다. 노조가 주장한 일감 나누기가 충분했던 조건이었다.

구조조정 위해 경영위기 부풀렸나

회사가 구조조정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경영위기를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같은 선종을 제작하는 삼호중공업의 경우 수주금액이 올해 들어(1~5월) 전년보다 174% 증가한 반면 현대중공업은 15.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인력(정규직+사내하청)은 1만7천922명으로 삼호중공업 8천여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김형균 실장은 "현대중공업 영업담당은 정기선 부회장"이라며 "일부러 일감을 빼내 구조조정 명분을 만들고 3세 경영승계를 위한 순환출자구조와 지분비율을 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풀이했다.

협력업체 피해도 심각하다. 한익길 조선3사피해대책위원회 대표는 "불법적인 선시공 후계약 관행과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으로 100여개 업체가 폐업하고 도산했다"며 "현재 17개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현대중공업을 제소했는데 피해금액만 950억원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공정거래위는 이달 1일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에 상습적인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보고 직권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그런데 경영위기라던 현대중공업은 이 기간에 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해 총수 일가 지배권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노종화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2016년과 2017년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과 주식교환이라는 방법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총수 일가 지배권 강화를 이뤘다"며 "현대중공업 지배주주인 정몽준 명예회장은 현대중공업 지분 전부를 내놓고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아무런 자금유출 없이 지주회사 지분율을 10.2%에서 25.8%로 높였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는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에 놓였던 현대중공업이 경영개선자금으로 쓸 수 있었던 재무적 여력을 총수 일가 지배권 강화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2011~2016년 동안 현대중공업은 알짜배기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에서 2015년 단 한 차례만 당기순이익의 18%인 2천791억6천만원을 배당받았다. 그런데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2017년에는 당기순이익의 92.8%인 5천806억6천만원을 배당했다. 노 변호사는 "현대중공업이 누릴 수 있었던 배당을 억누르다가 지주회사 편입 후 고액배당함으로써 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의 이익을 확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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