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 볼로 맞추고 너를 가졌으면 좋겠다.”(골프장 고객)

“얼굴과 이름이 이쁘네. 마음도 이뻐?”(고객) “네.”(캐디노동자) “거기도 이뻐?”(고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회의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기도 한원CC 캐디노동자들이 쓴 자필진술서를 일부 공개했다.

임 의원이 공개한 진술은 수위가 낮은 편이다. 진술서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고객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전국 골프장 555곳에는 2만9천600여명의 경기보조원(캐디)이 일하고 있다. 고객들과 함께 골프장을 돌다 보니 악의적인 성희롱·성추행에 노출돼 있다.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은 골프장측에 경기교체를 요구하고 싶어도 참을 수밖에 없다. 대신 투입되는 다른 노동자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직장내 성희롱에도 노출돼 있다. 신입 캐디가 들어오면 회식장소에서 성희롱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은 고객의 성폭력보다 직장내 성폭력을 더 힘들어 한다”는 것이 임이자 의원 설명이다.

임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경기도 골프장 26곳을 근로감독했는데 38.4%가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았다.

특수고용직인 캐디노동자들은 관련법 사각지대에 있다. 임 의원은 여성 보조출연자가 2004년 반장들로부터 성폭행·성추행을 당한 뒤 2006년 스스로 목숨을 끊자, 3년 뒤 여동생도 자결한 일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갑 장관은 “실태조사를 한 뒤 필요하면 근로감독을 하겠다”며 “캐디도 다른 노동자처럼 성희롱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의원들께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감증인으로 출석한 김인식 한원CC 대표는 “최근부터 성희롱을 저지른 고객의 경기는 중단시키고 있다”며 “골프장 임원들의 성희롱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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